"제니 콘서트 관객 거의 중국인", "중국인들 사이에서 노래 불렀다", "지드래곤 콘서트는 무슨 중국에 온 줄", "콜드플레이 콘서트 내 앞·좌·우·뒤쪽 전부 중국인이었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형 음악 공연에 중국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해외 관객 비율이 높아지면서 달라진 분위기를 전하는 국내 팬들의 증언이 속출했다. 일각에서 중국인들이 많아서 떼창이 잘 안 나오지 않았다는 경험담을 시작으로 중국인 커플이 콘서트장에서 전자 담배를 피우고, 회수를 유도하는 팔찌를 반납하지 말자고 선동하는 영상을 올리는 등 관람 매너를 지적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종료와 함께 공연 시장이 완전 개방되고 다양한 스타들이 세계 각국을 찾아다니며 투어를 진행 중인 가운데, K팝이 여전히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지속되면서 중국 내에서는 K팝 가수들의 단독 콘서트 개최가 9년째 열리지 않고 있다. 그 사이 K팝은 일본·미국·유럽 등으로 진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웠고, 코로나19 시기를 지나 오프라인 공연이 재개되자 'K팝의 본산'인 한국으로 중국인들이 찾아오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은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관광공사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관광객은 1630만명으로 전년 대비 48.4% 증가했다. 방한 외래관광객 1위는 중국으로 한 해 동안 460만명이 한국을 찾았다. 전년 대비 무려 127.9%나 늘었다. 올해 1~3월에는 각각 36만명, 34만명, 41만명이 방문했는데, 2월만 전년 동월 대비 0.8% 소폭 감소했고, 1월과 3월은 30.1%, 6.5%씩 증가했다.
해외 가수들도 한국을 중국 관객까지 흡수할 수 있는 아시아의 거점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의 접근성이 좋은 데다가 중국에서 공연을 개최할 때 따르는 여러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중음악 산업이 발달한 국가라는 인식과 관객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도도 높아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했다.
콜드플레이가 한국에서 6회라는 이례적인 횟수의 공연을 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번 투어에서 콜드플레이는 모국인 영국 런던에서 가장 많은 회차인 10회 공연을 진행한다.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회차가 많은 게 바로 한국이었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공연을 개최하지 않고 있는 콜드플레이가 중국 팬들까지 고려한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공연 도중 콜드플레이는 여러 차례 "차이나"라고 언급했고, 과거 태국 방콕 공연에서는 "중국에 꼭 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정치적 발언이나 가수들의 이념, 사상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2009년 오아시스 멤버 노엘 갤러거가 1997년 티베트의 자유를 위한 콘서트에 참여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예정된 공연을 취소한 사례가 있다. 2015년 미국 록밴드 본 조비도 과거 티베트의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지지했다는 게 알려져 중국 공연이 일주일 앞두고 취소됐다.
콜드플레이는 2022년 10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공연에서 추방된 이란 배우 골쉬프테 파라하니를 무대로 불러 시위곡 '바라예(Baraye)'를 부른 적 있다. 2008년에는 베이징 올림픽과 관련해 우리 음악의 어떠한 음원 사용도 허락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그해 6월 '비바 라 비다 오어 데스 앤드 올 히즈 프렌즈'라는 앨범을 발매했다. 이 앨범은 티베트 독립운동을 중국 정부가 무력 진압한 데 대한 항의의 뜻으로 해석됐었다. '소통왕'으로 꼽히는 보컬 크리스 마틴은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한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등을 언급했다. "푸틴이 허락해 준다면 언젠가 보러 가겠다"는 그의 말에 러시아 팬은 눈물을 흘렸다.
하반기에도 한국은 중국 팬들까지 만날 수 있는 거점이 될 전망이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건 10월 열리는 '브릿팝 전설' 오아시스의 공연이다. 오아시스의 투어 예정지에는 중국이 포함되지 않았기에 중국 팬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칸예 웨스트는 지난해 중국에서 공연했지만, 오는 31일 첫 한국 단독 콘서트에서 새 앨범 라이브 무대를 최초 공개할 예정이라 이 역시 많은 해외 팬들이 집결할 것으로 보인다. '힙합 슈퍼스타' 트래비스 스캇도 10월 내한 공연을 하는데, 다만 그의 투어 개최지에는 중국도 포함됐다.
이 밖에 방탄소년단 진, NCT 드림, 블랙핑크 등 굵직한 K팝 스타들도 콘서트를 열기에 많은 중국 팬들의 방문이 기대된다. 현재 K팝 가수들은 중국 본토에서의 공연이 어려워 홍콩, 마카오, 대만 등을 투어 개최지에 필수적으로 넣으며 중국 팬들과의 접점을 이어가는 중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