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등 변압기 제조업체의 수출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전력망 투자가 급증하며 핵심 기기가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어서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K변압기산업의 호황이 수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달 수출 증가율 최고
15일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대형 변압기는 최근 3개월 연속 수출 증가율 최상위권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정격용량 1만㎸A(킬로볼트암페어) 이상 변압기 기준으로 이달 1~10일 수출 금액은 3296만달러(약 451억원)였다. 1년 전 같은 기간(1145만달러) 대비 188% 급증한 규모다. 한경에이셀 분류 기준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바이오의약품(126%), 미용의료기기(93%) 등을 누르고 증가율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수출 금액은 1억338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69% 늘어났다. 4월 9840만달러로 64% 증가한 데 이어 속도가 가팔라지는 추세다.
변압기는 발전과 송전, 배전 단계마다 필요한 핵심 고부가가치 장비다. 전기차 이용 증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의 전기화’(electrification) 정책, 에너지 안보 강화 등에 따른 글로벌 전력망 확충에 힘입어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블룸버그신에너지금융연구소(BNEF)에 따르면 글로벌 전력망 투자 규모는 2030년 5320억달러로 10년 전 대비 2.3배 불어날 전망이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한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와 맞물려 국내 기업의 수주 증가 잠재력이 여전히 높다”며 “글로벌 전력시장 호황의 수혜가 최소 203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공급 부족 심화 전망
월가 전문가들은 미국 내 공급 부족이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등 변압기 업체의 매출 증가를 지속적으로 견인할 것으로 예상했다.
K변압기 수출 물량은 대부분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이달 1~10일 대미 변압기 수출액은 2707만달러로 전체의 82%를 차지했다. JP모간 추정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변압기(LPT) 수요는 올해 1400기에서 2028년 1800기 수준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서비스를 뒷받침하기 위한 현지 데이터센터 건설 붐과 노후한 전력 인프라 대체 수요를 반영한 전망이다. 올해 274기인 현지 생산능력은 2028년 464기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부족한 공급은 모두 수입 물량으로 채워야 한다.
한국은 미 변압기 공급 부족에 따른 혜택을 가장 크게 볼 수 있는 나라다. 미국 세관 집계에 따르면 한국산 변압기 수입 물량은 작년 약 350기로 교역 대상국 가운데 최대였다. 약 150기를 공급한 대만과 100기에도 못 미친 중국을 압도했다. 미국 공장 생산능력 면에서도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이 각각 1, 2위를 달린다. 작년 기준 연간 생산능력은 각각 120기와 100기다. 두 회사는 앨라배마와 테네시에 있는 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다.
◇주가 두 달여간 40% 이상 급등
국내외 애널리스트 다수는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주가가 3월 말 이후 각각 58%, 46%, 47% 뛰었지만 추가 상승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관련 제품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고 새 정부의 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서다.
앞서 이재명 정부는 호남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바다 밑에 620㎞ 길이 초고압직류송전(HVDC)망을 건설하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2030년까지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JP모간은 “변압기 수급을 고려할 때 미국의 관세 정책,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 위험이 다른 산업보다 낮고 주가 역시 상승 여력을 지녔다”며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에 ‘비중 확대’(overweight) 의견을 제시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