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담은 美ETF 수익 2배
국내엔 ‘3배 추종 ETF’ 없어
美증시로 투자, 세제 불리해도
‘오천피’ 기대에 서학개미 베팅
이달 들어 순매수액 279억원
고배율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서학개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은 불리한 세제 조건에도 뉴욕증시에 상장한 ‘한국주식 3배’ ETF를 집중 매수하는 모습이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디렉시온 데일리 MSCI 사우스코리아 불 3X 셰어즈(KORU)’를 2045만달러(약 27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KORU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산출하는 ‘MSCI 코리아 25/50 지수’를 일일 3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MSCI 코리아 25/50 지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증시의 대형주와 중형주 92종목을 담고 있다.
KORU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전 거래일보다 8.12% 오른 70.57달러에 장을 마쳤다. 연초 대비 101.63%가 치솟으며 주가가 두 배 이상 뛰어올랐다.
반면, MSCI 코리아 25/50 지수 성과를 1배수로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MSCI 사우스코리아(EWY)’ ETF는 서학개미의 이달 순매수 상위 종목 5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날 EWY는 연초 대비 33.39% 상승하며 KORU 수익률의 3분의 1 수준 성과를 기록했다.
순자산 측면에서는 EWY가 42억5400만달러(약 5조7900억원), KORU가 1억3600만달러(약 1850억원)로 30배 이상 차이나지만, 서학개미들은 최근 들어 KORU 순매수량을 키우고 있다.
국내증시의 단기적 상승 동력을 높게 평가하는 서학개미에게는 KORU 투자가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달 들어 KORU의 주가 상승률은 40.86%에 이른다.
서학개미가 해외에 상장된 ETF를 투자할 경우 연간 250만원이 넘는 차익에 대해서 22%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반면 국내증시에 직접 투자하게 되면 이 같은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국내의 레버리지 ETF 투자는 최대 2배율로 제한돼 있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3배 레버리지·인버스 ETF와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 등의 상장을 제한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려면 금융투자협회의 사전 온라인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등 각종 규제가 뒤따른다.
서학개미의 ‘레버리지 ETF 사랑’은 새로운 투자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날 서학개미의 해외주식 보관금액 상위종목을 살펴보면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셰어즈(TSLL)’이 28억9000만달러(약 4조원)으로 7위에 올라 있다.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 셰어즈(SOXL)’은 27억1000만달러(약 3조7000억원)으로 8위를 기록했다.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국채 불 3X(TMF)’와 ‘2X 비트코인 스트레티지(BITX)는 각각 19위와 31위다.
지난해 미국 주식시장이 호황을 맞이하면서 고배율 레버리지 ETF가 강세를 보이자, 서학개미들이 적극적으로 레버리지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효정 한국투자신탁운용 ETF마케팅부부장은 “지난해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ETF의 성과가 수익률 최상위권에 올랐다”며 “이를 직접 찾아본 서학개미들이 고수익을 노리고 레버리지 ETF 투자금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스왑 계약을 활용하는 레버리지 ETF는 총보수가 일반 상품보다 높은 편이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KORU의 총보수는 연 1.32%로, 0.59%의 EWY보다 높다. 레버리지 ETF 장기투자 시 주가가 하락하게 되는 ‘변동성 끌림’ 현상도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