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년 英 MI6 첫 여성 수장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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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국장 후보군 3명 모두 여성
‘중국통’ 주유엔 대사-요원 2명 등
“남성 중심 조직에 변화 기대”

영화 ‘007’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소속된 정보기관으로 알려진 영국 해외정보국(MI6) 수장에 처음으로 여성이 기용된다. MI6 창립 116년 만에 첫 여성 국장이다.

10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MI6의 리처드 무어 국장이 올가을 퇴임을 앞둔 가운데 차기 국장 후보군 3명이 모두 여성이라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 조직이던 MI6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교장관이 이끄는 전문가 위원회가 MI6의 18대 국장 선출을 위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위원회는 최종 후보 3명에 대한 면접을 마쳤으며, 내부 승진 혹은 외부 인사 발탁을 두고 고심 중이다. 래미 장관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조만간 후임 국장을 낙점할 예정이다.

최종 후보군에는 MI6 여성 요원 2명과 ‘중국통’ 외교관인 바버라 우드워드 주유엔 대사(64·사진)가 선정됐다. 여성이 최종 후보에 오른 일도 1909년 MI6 설립 후 처음이다. 5년 전 17대 국장 선발 당시에도 여성이 기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최종 후보군엔 남성만 포함돼 있었다.그동안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MI6는 16대 국장 알렉스 영거와 17대 무어 국장을 거치며 여성 요원을 늘렸다. 특히 무어 국장은 올 3월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MI6는 철저히 능력만 보고 채용한다. 여성 요원이 재능에 걸맞은 성공을 이루도록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MI6 내 여성 간부 비율은 최근 부쩍 높아졌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국장급 간부 4명 중 부국장, 작전 담당 국장, 기술 담당 국장 등 3명이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3대 정보기관 중에선 MI6만 여성 국장이 없었다. 신호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는 2023년 첫 여성 수장을 배출했다. 영화 ‘007’ 시리즈에서 배우 주디 덴치가 맡은 MI6 국장 ‘M’은 영국 국내정보국(MI5) 최초의 여성 국장 스텔라 리밍턴(1992∼1996년 재임)을 모델로 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MI6 차기 국장 후보군 중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은 우드워드 대사다. 하지만 그는 정보기관 근무 경력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예일대에서 국제관계학 석사를 마친 뒤 중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다 1994년 외교부에 들어왔다. 미국 뉴욕, 스위스 제네바 등에서 근무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2007∼2009년 부대사, 2015∼2020년 대사로 각각 활동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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