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0석 첫 내한 공연 매진… ‘J팝 열풍’ 아이묭 누구?

3 weeks ago 8

MPM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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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짚모자의 네가 흔들리는 마리골드를 닮았어.”

19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일본 싱어송라이터 아이묭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사랑하는 사람을 꽃에 비유한 노래 ‘마리골드’는 아이묭이 2018년 발표한 노래로, 일본에서 처음으로 스트리밍 1억 회를 달성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날 열린 아이묭의 첫 내한 콘서트 ‘돌핀 아파트먼트(Dolphin Apartment)’는 청춘을 위로하는 다정함이 가득한 공연이었다. 누군가를 아끼는 따뜻한 시선이 담긴 노랫말, 이와 잘 어울리는 밴드 음악이 관객들을 울고 웃게 했다.

2015년 데뷔한 아이묭은 일본의 대표적 싱어송라이터 중 한 명이다. 일상적 언어로 표현하는 아름다운 가사와 록과 포크에 기반한 통기타 멜로디가 매력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길거리 버스킹에서 시작해 2019년 도쿄 부도칸, 2022년 한신 고시엔 구장 등 큰 공연장을 채워간 그의 사연도 많은 대중들을 감동시켰다. 2017년 발표한 ‘사랑을 전하고 싶다든가’는 음원차트 멜론 ‘톱100’에 오를 정도로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19, 20일 이틀에 걸쳐 열린 아이묭의 한국 콘서트 티켓 1만6000장은 예매 시작 후 10분 만에 매진됐다.

‘공연형 가수’답게 아이묭은 약 2시간 반 동안 탄탄한 라이브 실력으로 23곡을 선보였다. “어차피 죽는다면 한 번 깼다가 죽고 싶어.” 무반주로 노래 ‘어차피 죽는다면’의 첫 소절을 쩌렁쩌렁하게 부른 뒤 푸른 돌고래가 그려진 흰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소박한 밴드 반주에 맞춰 직접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그의 매력은 화려한 무대 장치나 의상 없이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동안) 모르는 척 했는데, 사실은 나 한국어 가능해.” 지난해 5월부터 한국어 공부를 했다는 사실도 ‘깜짝 공개’했다. “밴드 반주자들과 스태프들에게도 모두 비밀로 했다”는 그는 “혼토오니(本当に·정말로) 어려워요”, “귀여워? 아리가또고자이마스(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감사합니다)” 등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 사용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일본어와 한국어로 만화 캐릭터 ‘짱구’의 성대모사를 하는 등 특유의 능청스러운 유머도 매력적이었다.

하이라이트는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해 부른 ‘봄날’. “초조해하지 않아도 돼. 언젠가는 꽃다발이 되어줘.” 고된 겨울을 이겨낸 뒤 함께 있을 때의 행복을 노래하는 담담한 목소리가 위로처럼 다가왔다. ‘사랑을 전하고 싶다든가’, ‘너는 록을 듣지 않아’ 등 히트곡 퍼레이드를 부를 땐 다시 생기 넘치는 에너지를 뿜어냈다. 기교 없이 청아한 고음과 여린 가성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열창했다. 헝클어진 머리와 땀에 젖은 모습에 관객들의 함성은 더욱 커졌다.

관객들과 소통하려는 면모도 돋보였다. ‘돌핀 아파트먼트’라는 공연명을 언급하며 블랙핑크 로제의 히트곡 ‘아파트’를 부르기도 하고, 팬들의 손팻말을 가져가며 “최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 콘서트는 여러분과 대화하며 노래하는 공연이에요. 모두 함께 불러주세요!”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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