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와 같이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직장인이 늘면서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급식업체 현대그린푸드가 연일 신고가를 쓰고 있다. 1분기 호실적을 내놓은 후 기관, 특히 '큰손' 연기금의 매수세가 몰렸다. 소비경기 악화 속 구내식당 이용객이 증가하면서 위탁급식 사업부의 실적이 개선된 덕이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학교 급식 시장에 대한 대기업 접근이 허용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현대그린푸드는 2.23% 상승한 1만73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만744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이 종목은 지난 15일부터 4거래일 동안 매일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우며 12.27% 상승했다.
기관의 매수세가 주가를 끌어 올렸다. 신고가 행진을 이어간 4거래일 동안 기관의 현대그린푸드 순매수액은 23억2300만원이다. 이 중 20억4800만원이 연기금 수급이었다.
기관은 지난달부터 현대그린푸드 주식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부터 33거래일 중 기관이 현대그린푸드를 순매도한 날은 9거래일뿐이다. 이 기간 순매수 규모는 37억5600만원이다. 전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5636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1분기 영업일수 감소를 고려하면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둬 기관의 투자심리를 자극한 모습이다. 현대그린푸드는 1분기 매출 5706억원, 영업이익 322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 3.2% 늘었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업일수 감소 때문에 1분기 영업환경을 우호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 “주요 고객사의 식수 증가와 효율적인 비용 관리로 이익 방어가 이뤄진 점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호실적의 배경은 ‘불경기’와 ‘외식물가 상승’이다. 지갑이 얇아진 직장인들이 한 끼에 1만원을 웃도는 점심식사 비용을 아끼기 위해 5000~6000원 수준인 회사의 구내식당으로 몰리면서 단체급식 부문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분석됐다.
우선 주요 점심식사 메뉴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집계된 지난달 기준 삼계탕의 평균 가격은 1만7500원이다. 비빔밥(1만1423원), 냉면(1만2115원) 등도 1만원을 훌쩍 넘는다.
물가는 올랐지만, 경기는 그에 따르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직전분기 대비 0.25% 역성장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주요 고객사의 공장 가동 확대 등으로 식수인원도 증가해 단체급식 부문의 실적 호조세가 지속됐다”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매분기별 양호한 실적 흐름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기업의 진입이 제한된 학교 급식 시장이 열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남성현 연구원은 “직영 및 중소형 급식 업체들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어 대형업체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군 급식 시장도 개방되는 추세인 만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