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및 이민 정책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중앙은행(Fed) 점도표의 정확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늘고 있다. 특히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나온 경제전망요약(SEP)에서 Fed 위원들의 금리 전망이 과거보다 더 다양하게 퍼져있는 게 확인되면서 점도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점도표의 중간값만으로는 Fed의 전체 의견을 반영하기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다.
Fed는 매년 3월, 6월, 9월, 12월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후에 내놓는 경제전망 요약(SEP)을 통해 점도표를 공개한다. 점도표는 Fed 위원이 앞으로의 금리 수준에 대해 예측한 수치를 점으로 표시한 것이다. 각 점은 개별 위원이 해당 연도 말에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기준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예측 시점은 올해, 내년, 그다음 해, 장기 등 네 개로 나뉜다.
점도표는 Fed의 정책 방향에 대한 시장과의 소통 수단이지만, 합의된 계획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 점들의 평균 혹은 중앙값을 계산해 ‘연말 금리 전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4년 사례를 들어 “점도표의 ‘중앙값’에 집착하는 시장의 태도가 얼마나 경제 전망이나 Fed의 향후 대응을 왜곡할 수 있는지 드러난다”고 짚었다. 2024년 6월 점도표는 연내 한 차례(0.25%P)의 금리 인하를 시사했지만, 이후 Fed는 9월부터 총 1%P에 달하는 인하를 단행했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에선 7명이 금리 동결을, 2명이 1회 금리 인하를, 10명이 2회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점도표의 중앙값은 참여자 총수를 오름차순으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수치다. 예를 들어, 19명의 위원이 점을 찍었다면, 10번째로 낮은 수치가 중앙값이 된다. 이 값이 시장에선 ‘Fed의 공식 전망’처럼 받아들여지지만, 실제론 한 명의 예측일 뿐인 셈이다. 닐 캐시캐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사람들은 이 점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는데, 정작 우리는 얼마나 불확실한지를 전달하지 못한 채 점만 찍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점도표는 2012년에 처음 도입됐다. 당시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이었고, Fed는 ‘장기간 저금리 유지 의지’를 시장에 전달하고자 점도표를 활용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목적이 다한 만큼 폐지하거나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파월 의장은 3월에도 “이처럼 불확실성이 클 때는 대체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며 점도표 수치 기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Fed는 올해부터 ‘통화정책 전략·도구·소통 프레임워크 리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의 개선이 주요 논의 주제 중 하나다. 특히 점도표를 포함한 외부 전달 방식에 대한 수정과 재설계를 검토한다. 점도표 자체의 존재 의미와 활용 방식도 재고 대상에 포함돼 있다.
중앙값 대신 중앙경향성(상하 3개 제외한 중간 구간)과 전체 분포만 공개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