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김병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대표] “고객님, 지난 10년 동안 고객님 퇴직연금 수익률은 연평균 2%입니다.” 은행 창구에서 이 말을 들은 이 과장은 귀를 의심했습니다. “네? 국민연금은 매년 7%씩 수익을 낸다는데, 도대체 제 돈은 왜 이 모양입니까?” 직원은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합니다. “안전한 예금 위주로 운용되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고객님이 예금을 선택하신 거구요.” 이 과장은 말문이 막힙니다.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돌아서 나오는 길에 분통이 터집니다. “내가 금융 전문가도 아니고, 금융기관이 알아서 잘 굴려줘야 하는 거 아냐? 수수료는 꼬박꼬박 떼어가면서.” 500조 원의 거대한 자금이 있는데, 정작 그 돈의 수익률은 기대보다 적습니다. 이것을 금융기관의 잘못이나 개인의 무관심 탓으로만 돌릴 수 없습니다. 판 자체가 잘못 짜인 ‘구조(Structure)’의 문제입니다. 바로 한국 퇴직연금의 태생적 한계인 현행 계약형(Contract-type, 회사와 금융기관이 1:1로 개별 계약을 맺어 연금을 운영하는 방식) 제도 때문입니다. 기형적 삼각관계 — 돈은 내가 내는데, 고객은 사장님? 퇴직연금의 주인은 분명 근로자입니다. 하지만 현행 계약형 제도 아래에서 근로자는 ‘제3자’의 위치에 놓입니다. 1. 기업(사용자) — 퇴직연금사업자(금융기관)를 선정하고 계약을 맺는 ‘갑’ 2. 금융기관(사업자) — 기업과 계약을 맺고 퇴직연금을 제공하는 ‘을’ 3. 근로자(가입자) — 돈의 실제 주인이지만, 계약 과정에서는 소외된 ‘병’ 이 구조에서는 금융기관이 근로자를 위하고 싶어도, 영업의 우선순위는 계약 권한을 가진 기업 담당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의 경쟁은 자연히 “누가 근로자의 수익률을 높여주는가”가 아니라, “누가 기업에게 더 나은 금융 혜택(대출 금리 우대 등)을 제공하는가”로 흐릅니다. 이 문제를 경제학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 적립금의 진짜 주인(Principal)은 근로자이지만, 계약을 맺을 법적 권한은 기업(사용자)에게 있습니다. 정상적이라면 대리인(금융기관)이 주인(근로자)의 이익을 최우선해야 하지만, 현행 계약형 구조에서 금융기관의 실질적인 고객은 기업입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수천 명 근로자의 수익률을 1%포인트 올려주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것보다, 회사 대표나 담당자에게 기업 대출 금...
2% 수익률의 미스터리: '현행 제도'의 한계[김병철의 퇴직연금 개혁 시나리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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