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현 '그거 점 된다'
유쾌한 정서의 초현실주의 소설
자신의 가죽 벗기는 인물 통해
존재의 해방과 삭제 질문 던져
영산학원 국어선생 희정의 이야기다. 학원을 오가던 어느 날 희정은 주차장에서 동료 교사 문혜를 발견한다. 그런데 그의 행동이 좀 이상했다. 차량 백미러와 보닛에 체리 케이크 크림을 '한 주먹씩' 바르고 있었다. 케이크 폭탄을 투척해 학원 상사에게 복수극을 펼치고 있던 것. 희정은 이제 문혜에게 자신의 비밀을 말해도 될 것 같다고 확신한다. 자신의 집 벽에 튀어나온 하나의 '쇠갈고리'에 대해서.
이효석문학상 최종심에 진출한 정기현 작가의 '그거 점 된다'의 초반부 설정이다. 이 소설은 이사 온 집의 벽에 어깨 정도 높이로 설치된 쇠갈고리로 자기 몸의 '거죽'을 반복적으로 벗기는 두 인물을 다루는 초현실주의 작품이다. 유쾌하면서도 섬뜩한 이 소설은 '거죽을 벗기며 작아지는 인간'이란 소재로 무수한 비평적 함의를 형성해낸다.
희정이 처음부터 쇠갈고리의 용도를 안 건 아니었다. 지압을 했다간 살이 찢어질 것 같았고, 병뚜껑을 따는 용도는 더욱 아니었다. 그러다 고리 끝에 자신을 매달면 '거죽'을 벗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과도 끝으로 두피를 열고, 이를 쇠갈고리에 걸어 마치 양말을 벗기듯 몸통의 거죽을 벗겨버린다. 핏자국도 거의 없이, 통째로 한번에.
그때 희정이 느낀 건 '해방감'이었다. 그 이유는 희정의 온몸에 난 점들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없앨 수 없었던, 그 수많은 점들. 거죽을 벗길수록 점은 연해졌다. 그런데 문제는 거죽을 한 번씩 벗어낼수록 몸도 작아진다는 것이었다. 식당 바닥에 두 발이 닿지 않기 시작했다. 문혜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또 다른 학원 교사 대연이 둘에게 와서 말한다. "두 분 혹시… 작아지셨나요?"
뜨악하며 머뭇거리던 그 순간, 대연이 말을 잇는다. "저도 좀 작아지게 해주실 수는 없을까요?"
정기현의 이 작품은 단지 기괴한 소설이 아니다. 희정의 몸은 점으로 뒤덮인 상태다. 희정은 어린 시절부터 타인의 시선 속에서 살아왔고, 마치 '점들끼리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점들은 서로 증식한다'고 믿을 만큼 자신의 몸을 타자화했다. 하지만 희정이 거죽을 벗긴다고 해서 그게 존재의 해방일 순 없다. 부피가 줄고 형태가 작아지므로, 그건 해방이 아닌 '존재의 삭제'에 가깝다. 모두가 결함 없는 몸이 되고 싶어하는 시대, 희정과 문혜의 허물 벗기는 우리의 근원적 욕망을 닮았다.
제3의 인물인 대연의 등장은 이 소설을 지독한 풍자극으로 격상시킨다. 대연이 '작아지기'를 원했던 이유는 "스타렉스 한 대 세울 수 있는 크기"의 본인 소유 땅에 단독주택을 짓고 살기 위해서였다. 좁은 땅에서 살려면 몸을 축소해야 했다.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이 도시에 적응하기 위해 몸을 줄이기로 작정한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향한 압도적 풍자, 대연은 꿈을 달성할까.
최가은 평론가는 "웃음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일이 얼마나 까다로운 작업인지 보여주는 동시에 그것이 성공할 때면 또 얼마나 강력한 서사적 동력이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작품이다. 정기현 특유의 기괴한 상상력과 익살은 독자에게 우리의 진부한 일상을 달리 바라보게 하는 음흉한 시선을 선물한다"고, 김미정 평론가는 "이 목적 없(어 보이)는 유희와 서술은 의뭉스럽게 진지하니 그 간극에서 느껴지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안쪽에서부터 균열과 틈새를 만든다는 것을 서사로서 증명하고 있다"고 평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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