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만의 긴급조정권 검토…적법성 요건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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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만의 긴급조정권 검토…적법성 요건 따져보니

반도체 산업의 호황으로 코스피 지수가 8000포인트에 다다랐다. 반도체 관련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국민이 없을 정도이니, 이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담보할 반도체 기술 발전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선전으로 양사에 투자한 국민연금이 상당한 운용수익을 확보하며 연금 고갈 우려를 일거에 완화시킨 점까지 감안하면, 반도체 산업이 갖는 국가적 의미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 만큼 삼성전자의 파업 가능성을 두고 국민의 우려와 불안이 커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100조 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고 한다. 모처럼 상향 조정된 경제성장률과 어렵게 확보한 국가 경쟁력이 훼손될 위기에서, 정부가 노조법상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에 근거한 제도로,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그 규모가 크거나 성질이 특별하여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할 때, 고용노동부장관이 결정하여 쟁의행위를 실질적으로 중단시키고 노사를 조정·중재에 회부하는 절차다. 이는 헌법 제33조가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을 직접 제한하는 제도이므로, 그 발동요건은 매우 엄격하게 해석·적용된다. 2005년 양대 항공사 조종사 파업에 대한 긴급조정 결정 이후 21년 만에 다시금 긴급조정권 검토가 거론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당시의 긴급조정 결정은 업무방해 논란과 맞물려 대법원까지 적법성 다툼이 이어졌고, 대법원은 여기서 긴급조정권의 적법성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해당 기업이 국내 항공운송에서 차지하는 비중 △다른 운송수단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항공운송의 특수성 △수송 차질로 인한 수출품 처리 지연과 운송비 부담 △결항에 따른 관광업계의 피해 △국가·기업 신인도 하락 △국민의 일정 취소와 대체교통수단 이용에 따른 시간·비용 부담 등을 종합하여, 노동부장관의 긴급조정 결정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대법원 2010. 4. 8. 선고 2007도6754 판결). 결국 핵심은 '대체 가능성이 낮은 산업에서 발생하는 쟁의행위가 국민경제와 국민생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있다.

이번 삼성전자 사안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발동 요건 충족 여부에 대한 검토 자체에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평가된다. 반도체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단기간 내 대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국가 핵심 인프라이며, 그 가동 중단이 야기할 파급은 단순한 수출 차질이나 국가 신인도 하락에 그치지 않는다. 안보 관련 산업에 미칠 중대한 보안·공급 차질, 전후방 산업의 연쇄 충격, 국민경제 전반의 위축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이는 '기우' 수준이 아니라 국민경제와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실질적·현존적 위험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정부 역시 노동3권의 헌법적 위상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는 만큼, 이번 검토는 헌법상 기본권 법리와 대법원 판례 법리를 면밀히 살핀 토대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긴급조정이 결정·공표되면 노조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하여야 하고, 공표일부터 30일이 경과하지 않으면 이를 재개할 수 없다. 또한 같은 기간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사에 대한 조정을 개시하며, 조정에도 불구하고 조정 성립 가망이 없다고 인정되면 공익위원의 의견을 들어 중재에 회부하여 중재재정을 통해 노사합의가 정리된다. 파업 등 쟁의행위가 제한되는 노동조합은 긴급조정권 검토만으로도 헌법상 단체행동권 제한이라는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다행히 파업을 목전에 두고 삼성전자 노사는 대화를 재개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합의 도출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사 자율의 합의는 법률 등의 외부 제도의 영향을 벗어나 당사자 간 신뢰와 지속가능한 노사합의 정신을 분명히 한다는 점에서, 어떤 법적 판단보다 우월한 가치를 지닌다. 이번 긴급조정 검토가 '검토'로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든 국민이 같을 것이다. 법에 따른 결단이 아닌 노사합의의 정신으로 이번 국면이 매듭지어지기를, 그리하여 그 합의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기를 노사 양측에 기대한다.

기세환 태광노무법인 대표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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