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명 사망자 낳은 에어인디아 추락 원인은…연료 스위치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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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으로 향하던 에어인디아 소속 AI171편 여객기가 인도 서부 아마다바드 공항 인근 의대 기숙사 건물에 추락해 기체 일부만 형체를 드러내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영국 런던으로 향하던 에어인디아 소속 AI171편 여객기가 인도 서부 아마다바드 공항 인근 의대 기숙사 건물에 추락해 기체 일부만 형체를 드러내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 달 전 추락해 260명의 사망자를 낳은 에어인디아 소속 보잉 787 드림라이너 여객기가 이륙 직후 엔진 연료 스위치가 차단돼 엔진이 거의 꺼진 결과 추락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AFP·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인도항공사고조사국(AAIB)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예비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아메다바드 공항에서 여객기가 이륙한 지 약 3분 뒤에 1·2번 엔진의 연료 공급 스위치 2개가 '작동' 위치에서 '차단' 위치로 전환됐다. 그 결과 두 엔진으로 연료 유입이 중단됐고 엔진 출력이 감소해서 여객기의 고도가 급속히 낮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한 조종사가 이를 알아채고 다른 조종사에게 '왜 연료를 차단했느냐'고 물었고, 다른 조종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대답하는 대화 소리가 조종실 음성 녹음에 담겼다. 이 중 누가 기장이고 부기장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조종사들은 연료 스위치 2개가 꺼진 지 약 10여초 만에 다시 이들 스위치를 켜서 두 엔진을 재점화시켰다. 하지만 1번 엔진만 살아나기 시작했고 2번 엔진은 충분한 출력을 다시 확보하지 못했다. 보고서는 연료 조절 스위치가 “약 1초 간격으로 차례차례” 꺼졌으며, “항공기가 공항 경계 벽을 넘기 전에 고도를 잃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 조종사가 긴급 비상 신호인 '메이데이'를 보냈고 수 초 뒤 여객기는 추락했다. 연료 스위치가 꺼진 시점에서 '메이데이' 신호 전송까지 걸린 시간은 약 33초에 불과했다. 연료 스위치를 끄면 거의 즉시 엔진이 꺼지기 때문에 비행 중 이 스위치를 끄는 것은 엔진 화재 같은 비상 상황 때뿐이다.

안전 전문가들은 의도적이든 실수든 인간이 관여하지 않고는 해당 스위치들이 움직였을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미국 항공안전 전문가 존 낸스는 로이터에 "제정신인 조종사라면 비행 중에 이 스위치를 절대 끄지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항공기가 이륙해 막 상승하는 시점에는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한 항공우주 엔지니어이자 전투기 조종사는 조종사들이 연료 스위치를 다시 켜는 데 10여초씩 걸린 것은 "정말 이상하다"면서 "나는 스위치를 다시 켜기 위해 10초도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즉시 그것들을 켤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연료 스위치가 꺼진 이유, 누가 스위치를 조작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추락 여객기의 기장은 비행 경력이 1만5000여 시간에 이르는 베테랑으로 에어인디아 교관이기도 하다. 부기장은 3400시간의 조종 경력을 갖고 있다.

조사관들은 또 여객기 제작사인 보잉이나 엔진 제작사인 GE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할 증거는 현재까지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AAIB는 추가 조사를 거쳐 1년 안에 최종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회원국인 인도는 사고 발생 후 30일 이내에 예비 조사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앞서 런던행 보잉 787 드림라이너 여객기는 지난달 12일 인도 서부 아마다바드의 사르다르 발라브하이 파텔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지 약 30초 만에 추락했다. 탑승자 242명 중 1명을 빼고 모두 사망했다. 항공기는 한 의과대학 식당 건물을 들이받은 뒤 불길에 휩싸여 폭발했다. 총 사망자는 지상에 있던 수십 명을 포함해 270명이 넘는다고 당국은 밝혔다. 이는 1996년 이후 인도에서 발생한 최악의 항공 참사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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