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빠진 일본 닛산자동차가 구조조정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두 배 이상 확대해 2만 명에 달하는 인원을 줄이게 됐다.
12일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닛산은 당초 발표한 9000명보다 1만 1000명 더 많은 2만 명의 직원을 감축한다. 이는 전체 인력의 약 15%에 해당하는 규모로, 일본 국내외 사업장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닛산은 지난달 주주들에게 2025년 3월 종료된 회계연도에서 구조조정 비용으로 최대 7500억 엔(약 5조 원) 규모의 순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회사는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하며 수익 전망을 계속 하향 조정해왔다. 지난 9일에는 규슈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에 세우기로 했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침체한 사업을 되살리기 위해 닛산은 지난해 12월 일본 자동차 업체 혼다와 지주회사 설립 협약을 체결했으나 양사 간 힘의 불균형 문제로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닛산의 경영 상황은 26년 만에 최악의 상태로 악화했다.
아사히신문은 닛산의 영업 부진에 대해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는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고 새로운 차종 투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전기차 경쟁 등에 밀려 판매 대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인도와 아르헨티나 생산 철수 등 비용 삭감을 추진해 왔지만 판매 실적과 생산 능력 간 괴리가 커 재건을 위해 대폭의 인원 감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짚었다.
닛산은 영업현금흐름이 악화한 가운데 대규모 부채 만기도 앞두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닛산과 계열사는 올해 16억 달러(약 2조 1000억 원), 2026년에는 56억 달러(약 7조 3000억 원)의 부채를 갚아야 하며 이는 1996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