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사 만루서 K→KS 최고령 승리…베테랑의 품격 보인 김진성, LG에 90.5% 확률 안겼다 [KS2]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노련함으로 상대 타자를 능수능란하게 요리하며 LG 트윈스의 승리를 이끌었다. 김진성의 이야기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는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2차전에서 김경문 감독의 한화 이글스에 13-5 대승을 거뒀다.

정규리그 1위(85승 3무 56패)로 한국시리즈로 직행한 뒤 1차전에서 8-2 승리를 거뒀던 LG는 이로써 2023년 이후 2년 만이자 통산 네 번째(1990, 1994, 2023) 통합우승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 2차전을 모두 잡아낸 팀의 우승 확률은 90.5%(19/21)에 달한다.

김진성의 활약이 눈부신 경기였다. 결정적인 순간 상대 타자들을 꽁꽁 묶으며 LG 승리에 앞장섰다.

이날 LG는 초반 한화의 거센 파상공세와 마주하며 고전했다. 1회초 선발투수 임찬규가 흔들리며 4실점했다. 문현빈에게 비거리 120m 우월 2점포를 맞았고, 후속타자 노시환에게도 비거리 140m 중월 솔로 아치를 헌납, 연속 타자 홈런을 허용했다. 이후 하주석에게는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내주며 끌려갔다.

다행히 LG는 빠르게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2회말 박동원의 2타점 좌중월 적시 2루타와 구본혁의 2타점 우중월 적시타, 홍창기의 1타점 우중월 적시타로 단숨에 역전했다. 3회말에는 박동원이 비거리 120m 좌월 2점포를 쏘아올렸다. 어느덧 스코어는 7-4가 됐다.

하지만 4회초 들어 다시 거센 반격에 직면한 LG다. 임찬규가 선두타자 하주석을 2루수 땅볼로 묶었지만, 최인호의 볼넷과 최재훈의 땅볼 타구에 나온 유격수 포구 실책, 황영묵의 볼넷으로 1사 만루에 몰렸다. 뒤이은 김영우는 루이스 리베라토를 2루수 플라이로 잡아냈지만, 문현빈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범하며 추격을 허용했다.

2사 만루가 계속됐고, 타석에는 1회초 홈런을 친 노시환이 들어선 상황. LG 벤치의 선택은 김진성이었다. 김진성은 흔들리지 않았고, 결국 6구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내며 이닝을 마감했다. 위기를 넘긴 LG는 4회말 문보경의 3타점 우전 적시 2루타로 3점을 더 뽑아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김진성은 5회초 채은성(삼진), 손아섭(유격수 플라이), 하주석(번트 1루수 플라이)을 돌려세우며 이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최종 성적은 1.1이닝 2탈삼진 무실점. 총 투구 수는 15구였다. 이후 LG가 동점을 허용하지 않고 승전고를 울림에 따라 김진성에게는 승리가 주어졌다. 한국시리즈 최고령 승리투수 기록(40세 7개월 20일)까지 따라왔다.

경기 후 염경엽 감독은 “김영우의 볼넷 이후 한화 쪽에 흐름을 넘겨줄 것 같아서 김진성을 올렸는데 4회 초 2사 만루 상황을 잘 막아준 것이 승리의 발판을 놓은 것 같다”며 “(김진성의 역대 최고령 승리투수 기록을) 축하한다. (김)진성아 잘했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2004년 2차 6라운드 전체 42번으로 SK 와이번스(현 SSG랜더스)의 부름을 받은 김진성은 통산 766경기(764이닝)에서 52승 42패 40세이브 160홀드 평균자책점 4.08을 올린 우완투수다. 히어로즈, NC 다이노스 등을 거쳤으며, 2022시즌부터 LG에서 활약 중이다.

특히 2021년 말 NC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은 뒤 본인이 직접 9개 구단 단장, 감독들에게 전화를 돌린 일화는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기도 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당시 김진성의 풍부한 경험과 절실함에 주목했고, 선뜻 그를 품었다.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2022시즌 6승 3패 12홀드 평균자책점 3.10을 써냈다. 2023시즌에도 5승 1패 4세이브 21홀드 평균자책점 2.18을 기록, LG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2024시즌 성적(3승 3패 1세이브 27홀드 평균자책점 3.97) 역시 훌륭했으며, 특유의 성실함과 야구에 대한 진심 또한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됐다.

올해에도 활약은 이어지고 있다. 6승 4패 1세이브 33홀드 평균자책점 3.44를 적어내며 LG 불펜진을 든든히 지켰다. 이후 이날에도 LG에 소중한 승리를 안긴 김진성이다.

김진성은 “갑자기 마운드에 올라갔다. 몸 풀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지만, 최대한 집중력을 발휘했다. 김영우가 워낙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여서 ‘내 구속으로 한화 타선을 잡을 수 있을까’ 걱정도 했다. 그래도 ‘혼’을 실어 던지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2사 만루에서 삼진을 뽑아낸) 노시환에게 던진 마지막 공은 내가 택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승리는 또한 김진성의 한국시리즈 첫 승이기도 하다. 이날 경기 포함해 김진성은 한국시리즈 통산 11경기에서 1승 4홀드 평균자책점 0.90을 마크 중이다. 그는 앞으로도 더 많은 한국시리즈 기록들을 수확할 태세다.

김진성은 “한국시리즈 등판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간절함이 더해져 성적이 더 좋은 것 같다”면서 “(1984년생) 노경은(SSG랜더스) 선배는 1982년생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올해 은퇴) 선배를 보며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나는 노경은 선배를 보며 달려가고 있다. 노장을 편견 어린 시선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