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일 만의 한화 1위 탈환, 묵묵히 배트 휘두르던 '타율 1할' 베테랑 포효 있어 더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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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안치홍이 14일 대전 LG전에서 2루타를 치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이글스가 도무지 잡힐 것 같지 않던 LG 트윈스를 끌어내리고 마침내 1위로 올라섰다.

올 시즌 LG는 시즌을 치를수록 1강 전력으로 분류되고 있다. 2023년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들이 대부분 있는 막강한 타선에 필승조를 B팀까지 꾸릴 수 있는 탄탄한 마운드까지 투·타 밸런스와 깊이가 다른 9개 팀과 차이가 있다는 이유다. 그 평가를 입증하듯 LG는 최근 주축 타자들의 부상으로 인한 퓨처스 강등과 투수들의 줄부상에도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LG가 3월 26일 단독 선두로 올라선 후 2위와 승차가 1경기 내로 좁혀진 상황에서 기록한 12승 2패·0.857이란 높은 승률은 그를 증명하는 듯했다.

그 아성을 깬 것이 한화였다. 한화는 5월 5일 광주 KIA전 승리로 LG로부터 공동 1위 자리에 올랐고 5월 7일에는 대전 삼성전 승리로 단독 1위를 차지했다. 5월 14일 대전 두산전 패배로 다시 2위로 내려오기까지 LG의 1위 수성을 방해한 건 오직 한화뿐이었다.

그런 만큼 이번 대전에서 LG와 시즌 4번째 맞대결에서 1위를 탈환하는 과정은 절대 순탄치 않았다. 14일 경기에서는 '한화 천적' 임찬규가 6이닝 무실점 피칭을 하면서 에이스 코디 폰세가 보기 드문 패전 투수 자격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하지만 베테랑의 힘이 빛났다. 한화가 0-1로 지고 있는 7회말 선두타자 채은성이 좌전 안타로 출루했고, 대주자 이상혁이 2루를 훔쳤다. 여기서 안치홍(35)은 1B2S의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도 장현식의 슬라이더 2개를 걷어내며 몬스터 월을 직격하는 대형 2루타로 추격의 서막을 올렸다. 이후 최재훈의 중전 안타에 황영묵의 번트 안타와 장현식의 실책이 이어지면서 한화는 2-2 동점을 만들었다.

마지막 순간에도 안치홍이 있었다. 연장 11회말 이진영의 번트 병살로 찬물이 끼얹어진 상황에서 안치홍은 좌측 담장 끝까지 가는 2루타를 때려냈다. 이후 이재원의 짧은 좌전 안타 때 주루코치의 아쉬운 판단으로 안치홍이 홈에서 아웃돼 무승부로 끝났으나, 지지 않는 한화의 뒷심을 보여준 한 방이었다.

한화 안치홍이 15일 대전 LG전에서 안타를 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15일 경기에서 한화는 경기 도중 1시간 44분 동안 우천 중단되는 악조건이 있었음에도 기어코 LG로부터 승리를 따냈다. 그리고 그 역전의 시작에는 안치홍이 있었다. 한화가 0-4로 지고 있는 4회말 안치홍은 선두타자로 나와 좌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후 노시환의 볼넷, 채은성의 좌전 안타, 이진영의 우익수 희생플라이 1타점, 상대 실책을 묶어 대거 4득점에 성공, 4-4 동점을 만들었다.

5회에도 안치홍은 선두타자로 나와 좌전 안타로 치고 나갔고 결국 신인왕 유력 후보 송승기는 문현빈만 잡은 채 이지강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후 노시환의 좌익선상 2루타 때 안치홍은 홈을 밟아 역전을 일궈냈다.

극적인 1위 탈환의 과정에 베테랑 안치홍의 포효가 자리한 건 의미가 있었다. 2024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2년 총액 72억 원 FA 계약을 체결한 안치홍은 타율 3할을 쳤던 지난해와 다르게 어렵게 올 시즌을 시작했다.

시범경기부터 손목에 공을 맞아 이탈했고 개막 후에는 극심한 복부 통증으로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안치홍은 핑계 없이 묵묵히 배트를 휘두르며 때를 기다렸다. 퓨처스리그에서 가볍게 타율 5할(14타수 7안타)을 기록하고 온 뒤에도 22타수 1안타로 한때 시즌 타율은 0.082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8일 광주 KIA전 5타수 3안타를 시작으로 차츰 페이스를 끌어올렸고, 결정적인 순간 2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때려내며 한화의 1위 등극을 이끌었다.

지금까지 한화는 저조한 득점 지원으로 KT(11승 13패)에 이어 14승 9패로 1점 차 경기가 가장 많았다. 최근 류현진이 이탈해 마운드가 다소 불안정해진 상황에서 통산 타율 0.295에 두 자릿수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안치홍이 반등한다면 한화는 천군만마를 얻는 것과 다름없다.

한화 안치홍.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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