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4)가 스위스와 미국 간 관세 협상의 ‘비밀 병기’로 투입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11일(현지 시각) 스위스 일간 타게스안차이거는 컨설팅업체 클뢰펠 그룹의 보고서를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명인사에 약하고, 미국인들은 페더러를 사랑한다”며 “페더러를 협상에 내세우는 건 나쁜 아이디어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스위스에 부과한 39% 고율 관세는 페더러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는 롤렉스 시계, 린트 초콜릿, 유라 커피머신 등 스위스 수출기업의 광고모델을 맡고 있다.
한편 페더러가 경영진으로 참여하는 스위스 신발업체 ‘온(ON)’ 측은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마르틴 호프만 온 최고경영자(CEO)는 “관세 협상은 정부의 일”이라며 참여 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온은 주요 생산지가 베트남으로, 관세율이 20%에 그쳐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다.
카린 캘러주터 스위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관세 협상 마감일에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으나, 39% 관세 부과를 피하지 못했다. 새 관세율 발효 이틀 전인 이달 5일에도 미국을 긴급 방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고 귀국해 외교력 부재 논란이 일고 있다.
타게스안차이거는 페더러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US오픈에서 다섯 차례 우승한 경력을 언급하며 “그는 연방정부와 달리 미국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데 익숙하다”고 전했다.
페더러는 메이저 대회 통산 20회 우승을 기록한 스위스의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다. 2008년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업자였던 시절, 가족과 함께 페더러의 US오픈 결승전을 관람한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된 바 있다.
다만 유명 스포츠 스타를 외교 카드로 활용하는 전략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올해 5월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자국 출신 골퍼 어니 엘스를 데리고 백악관을 방문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농부 집단살해’ 의혹을 거론하며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