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프랑스 동물학자이자 파리자연사박물관 교수였던 오귀스트 뒤메릴이 멕시코로 떠난 탐사대가 보내온 도롱뇽 여섯 마리를 받았다. 처음 보는 생물이었다. 목에는 새의 날개처럼 너풀거리는 아가미를 두르고 있었고, 등에 난 용골은 지느러미처럼 생긴 꼬리까지 뻗어 있었다. 한눈에도 물에 사는 생김새였다.
바다에 살던 생명체가 육지 상륙에 성공하며 등장한 것이 양서류이고, 이 도롱뇽들 역시 양서류이니, 혹시 이들이 어떻게 땅을 걸을 수 있게 진화했는지 단서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 사육장에서 기르기로 했다. 당시만 해도 이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던 때였다.
그런데 어디서나 잘 사는 도롱뇽들이라 어느 순간 이들을 잊어버렸다. 1년쯤 지났을 때 문득 생각나 둘러보니 역시나 관리 소홀이 눈에 들어왔다. 완전히 다른 도롱뇽들과 섞여 있었다. 그동안 번식을 해서 새끼들을 낳았다는데,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그 대신 생김새가 완전히 다른, 그러니까 땅에서 살기에 알맞은 모양새를 한 도롱뇽들이 함께 있었다. 이럴 수가. 연구 대상을 이렇게 섞어 놓다니.하지만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생김새가 다른 도롱뇽들은 분명히 앞서 그가 받았던 도롱뇽들의 새끼였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달라졌을까? 이들은 차이가 너무 커서 단순히 같은 종의 개체 차가 아니라 아예 다른 속(屬)에 속한다고 할 정도였다. 마치 침팬지를 넣어뒀는데 고릴라가 섞여 있는 것과 비슷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연구 결과, 녀석들은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알에서 부화한 유생(幼生)은 올챙이처럼 물에 적합한 몸을 가진다. 그러다 변태할 때가 되면 두 갈래 길 중 하나를 선택한다. 살고 있는 곳이 습한 환경이면 변태를 하지 않고 그냥 몸집만 키운다. 하지만 건조한 환경이면 대대적인 구조 개혁을 시작한다. 육지에서 살아가기에 적합한 몸으로 바꾸는 것이다. 아가미를 폐로 바꾸고, 머리에서 꼬리까지 모든 걸 육지 생활에 맞게 바꾸거나 새로 만든다. 물속에서 큰 입으로 쭉 빨아들이는 사냥 방식도 혀를 내미는 식으로 바꾼다. 물과 땅은 환경이 다르니 살아가는 방식 역시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 며칠 만에 이 모든 걸 마친다.
이들이 3억 년이라는 까마득한 태곳적 양서류의 후손임에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 아마 이런 능력 덕분일 것이다. 같은 양서류인 개구리도 올챙이 시절 가졌던 걸 다 버리고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다. 곤충인 나비는 이런 과정을 통해 하늘을 난다. 가장 높은 지능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우리 인간들도 하기 어려운 걸, 이들은 태곳적부터 해내며 지금도 잘 살아간다. 학교든 직장이든 새 정부든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려면그 환경에 맞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챔피언이 됐다면 도전자 시절과는 달라야 한다.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 우리가 하찮게 생각하는 그 작은 몸으로 3억 년을 살아온, 그래서 지금도 잘 살고 있는 비결을 배울 필요가 있다.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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