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 택스리스 추징금, 공익채권 아냐"…도산법 파고든 린, 승소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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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린이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제일은행)이 제기한 400억원대 ‘택스리스’ 관련 양수금 청구 소송에서 대한해운을 대리해 대법원의 상고 기각 판결을 이끌어내며 최종 승소했다. 회생절차 내 택스리스 계약의 법적 성격의 기준을 제시한 판결로 향후 비슷한 분쟁에 선도 사례로 활용될 전망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13일 SC제일은행이 대한해운을 상대로 제기한 400억원 규모의 양수금 청구 사건에서 “SC제일은행의 면책청구권은 공익채권이 아니라 단순 회생채권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SC제일은행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해운계약 변경으로 발생한 택스리스 추징금을 두고 대한해운 회생절차 내 ‘나용선계약’(BBCHP) 원계약과 변경계약을 하나의 계약으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SC제일은행의 청구가 공익채권에 해당하는지였다.

대한해운은 2007년 파나마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과 선박을 장기 임차해 일정 기간 운항한 뒤 소유권을 이전받는 BBCHP를 체결했다. 이후 2009년에는 SC제일은행의 제안으로 영국 조세 감면 제도를 활용한 택스리스 구조에 참여했다. 이는 선박을 일정 기간 영국 국적으로 등록해 감가상각 혜택을 받은 뒤 절감된 법인세를 해운사와 금융사가 나누는 방식이다. 그러나 2015년 영국 세무당국이 이 제도를 탈법으로 판단해 과거 감면된 세액을 소급해 추징했고, 이를 납부한 SC제일은행은 대한해운에 400억원 상당의 손실 보전을 청구했다.

문제는 회생절차에 들어간 대한해운이 원래의 BBCHP만 이행하겠다고 선택했음에도 SC제일은행이 나중에 제안한 변경계약까지 하나의 계약으로 묶어 공익채권으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한 데서 비롯됐다. 공익채권은 회생절차와 무관하게 변제해야 한다. 회생채권으로 인정되면 이미 종료된 회생절차에서 별도로 변제를 요구할 수 없다.

2심부터 대한해운을 대리한 린은 두 계약의 성격과 체결 배경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부각해 별개의 계약으로 봐야 한다는 변론을 펼쳤다. 1심은 BBCHP 원계약과 변경계약을 하나의 계약으로 보고 SC제일은행의 청구를 공익채권으로 인정했으나 린이 2심에서 판단을 뒤집었고 대법원에서도 확정됐다. 사건을 맡은 최효종 린 변호사는 “형식보다 실질을 따지는 도산법 원칙에 따라 두 계약의 분리 가능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며 “계약 체결 시기, 당사자, 내용, 종료 조건 등에서 차이를 보이는 영문 계약서 수십 건을 정리해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택스리스

tax lease, 선박과 같은 고가 자산의 가치 감소를 빠르게 비용으로 인정받아 법인세를 절감하는 방식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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