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경남)=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지난 15일 경남 통영 함박항 앞바다. 성지호 선장인 김태정(71) 씨는 이날도 구명조끼를 단단히 여미고 가리비 양식장으로 향했다.
섭씨 30도에 육박하는 초여름 더위 속에서 반나절 넘게 조업하면서도 그는 구명조끼를 벗지 않았다. 자칫 수심 30~40m 바다에 빠진다면, 40년 넘게 바다에서 살아온 베테랑도 속수무책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예전에 만들어진 구형 구명조끼는 조업에 방해될 정도로 두툼하고 무거워서 챙겨입지 않았다”면서 “가볍고 움직이기 편한 제품이 보급된 뒤부터는 조업할 때 무조건 입는다”고 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어선 위에서 구명조끼를 착용한 선원을 찾기 쉽지 않았다. 사고를 대비해 착용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움직임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선실 등에 걸어두기만 했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부피는 줄이고 착용감은 개선한 신형 구명조끼가 보급되면서 어업인들의 인식도 바뀌는 중이다.
최근 보급되는 자동 팽창형 구명조끼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기존 제품의 단점을 상당 부분 개선하면서다. 이산화탄소(CO₂) 실린더를 장착해 평상시에는 부피를 최소화하고 물에 빠지면 튜브가 순식간에 팽창해 부력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수협 통영어선안전조업국 관계자는 “안전교육 때 신형을 100번 이상 터트려봤지만, 튜브가 찢어지지 않는 한 재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내구성도 좋다”고 했다.
특히 다음 달 1일부터는 구명조끼 착용이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된다. 기상특보가 발령될 때나 2명 이하 승선 시에만 적용해온 구명조끼 의무 착용을 외부 갑판의 모든 어선원으로 확대하면서다. 개정된 어선안전조업법에 따라 이를 위반하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300만원 과태료’는 어업인들의 하루 수입을 고려하면 다소 과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구명조끼의 값어치를 따지면 결코 그렇지 않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발생한 어선원 인명피해자 33명 중 26명은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던 걸로 조사됐다. 해상사고로 목숨을 잃었거나 실종된 10명 중 8명은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다는 얘기다.
수협은 신형 구명조끼 보급을 확대하며 문화를 바꾸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아 10만원대 신형 구명조끼를 어업인들에게 2만원에 공급했고 지난 4월까지 총 11만 4000벌을 보급하며 목표량(10만 3000벌)을 초과달성 했다. 소모품인 이산화탄소 실린더와 워터센서는 1000세트도 무상으로 교체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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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정 성지호 선장이 양식장에서 가리비를 꺼내서 작업하고 있다.(사진=송주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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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교육 시간에 참가자들이 신형 구명조끼를 실습하고 있는 모습. 위는 튜브가 펼쳐지기 전, 아래는 펼쳐진 후.(사진=송주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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