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숏폼 드라마(회당 1~2분짜리 초단편 드라마) 기업 중 앱 내 결제금액이 많은 5곳은 모두 중국계 플랫폼으로 확인됐다. 한국 플랫폼인 비글루 등이 영어 숏폼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선 중국 콘텐츠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숏폼 드라마 종주국’인 중국과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중국계가 점령한 ‘숏폼 드라마’
16일 글로벌 앱 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숏폼 드라마 앱의 글로벌 인앱 수익은 7억달러(약 9600억원)를 돌파했다. 전년 동기(1억7800만달러)보다 네 배 가까이 급증했다. 앱이 아니라 웹 결제에서 나오는 매출까지 더하면 분기당 수조원의 직접 결제 수익이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숏폼 드라마 앱 다운로드 건수는 1분기 3억7000만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배 급증했다.
산업 성장의 과실은 주로 중국계 플랫폼이 싹쓸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계 앱인 릴숏(업계 1위)과 드라마박스(2위)의 지난 1분기 인앱구매 수익은 각각 1억3000만달러, 1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31%, 29%씩 증가했다. 신진 중국계 플랫폼인 드라마박스도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시장을 중심으로 1년 새 인앱구매 수익이 244% 폭등했다. 전 세계 숏폼 드라마 수익의 절반(49%)은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계 플랫폼이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플랫폼마다 성격이 다르지만 보통 숏폼 드라마는 자극적이고 빠른 전개가 특징이다. 스토리라인이 간결하고 캐릭터 설정도 명확하다. 보통 50~100화로 구성된다. 기존 드라마의 회당 제작비가 20억원인 데 비해 숏폼 드라마는 50부작 기준 1억~1억5000만원에 만든다. 이용자가 매 화 재생할 때 비용을 내는 게 일반적이다. 보통 작품 전체를 감상하면 1만원 넘게 낸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1개월 구독료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 “흉내 내기 전략으론 안 돼”
한국에서도 숏폼 드라마 시장에 도전장을 내는 플랫폼이 줄줄이 등장했다. 지난해 4월 폭스미디어가 국내 최초로 숏폼 드라마 전문 플랫폼 ‘탑릴스’를 출시했다. 이후 스푼랩스가 비글루를 공개하고 크래프톤에서 1200억원을 투자받아 주목받았다. 코드크레용의 쇼타임(2024년 9월), 띵스플로우의 스토리릴스(2024년 10월), 펄스클립의 펄스픽(올해 1월), 최근엔 포털 다음까지 숏폼 드라마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 플랫폼은 대부분 글로벌 시장을 노린다. 하지만 센서타워의 글로벌 인앱 수익 10위 안에 한국계 플랫폼은 한 곳도 없다. 비글루가 영어 숏폼 드라마로 미국 시장을 노리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엔 국내 플랫폼인 펄스픽이 론칭 4개월 만에 서비스 종료를 알리기도 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싼 제작비를 앞세워 물량 공세를 퍼붓는 중국 플랫폼을 흉내 내는 전략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중국계 플랫폼이 빠르게 한국 숏폼 드라마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 법인 또는 지사를 설립하지 않고 중국에서 제작한 드라마에 한국어 자막만 입혀 유통해 영상 등급 심의 등 규제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1위 플랫폼 릴숏은 지난 4일 최초의 한국 숏폼 드라마를 선보였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