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미제였던 ‘몽골 홉스골 소녀 살인 사건’, 한국 국과수가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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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된 A 양(왼쪽 작은 사진)/ 게이티미지(기사 내용과 문관함)

살해된 A 양(왼쪽 작은 사진)/ 게이티미지(기사 내용과 문관함)
2018년 8월, 몽골 홉스골주의 한 산에서 양을 치던 13세 소녀 A 양이 돌연 실종됐다.

사건 직후, 경찰과 주민으로 구성된 150명 규모의 수색팀이 2주 간 수색에 나섰지만 끝내 소녀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경찰과 지역주민들은 포기하지 않고 매년 소녀를 찾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5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사건을 맡았던 경찰은 현지 매체 ‘미디’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의 상황이 정말 막막했다”고 밝혔다.

애초에 경찰은 한 인물을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했다. 같은 마을에 살던 B 씨로, 과거 강간죄로 두 차례 복역한 전과가 있는 남성이었다.

경찰은 수사 초기에 실종 장소에 남아 있는 오토바이 바퀴 자국을 따라가 봤지만 인근 숲에서 흔적이 끊겨 범인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B 씨가 사건 당일 인근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찰은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B 씨는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다. 게다가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 결정적 증거가 부족했다. 결국 경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을 미제로 남길 수밖에 없었다.

심증만 있던 용의자 6년만에 붙잡혀 종신형

사건에 관 현지 보도. (사진=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공)

사건에 관 현지 보도. (사진=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공)
이 사건은 2023년 5월 전환점을 맞았다.

실종 장소 인근에서 소녀의 것으로 보이는 두개골이 발견됐다. 하지만 5년이 지나 유골이 많이 훼손된 탓에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때 한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가 사건 해결의 물꼬를 터줬다. 뼈에서 유전자(DNA)를 채취해 분석하는 기술을 전수한 것이다.

몽골 국과수는 이 방법으로 뼈에서 유전자를 확보했다. 이어 A 양 유가족과 비교해 가족관계가 맞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수사에 힘을 입은 몽골 경찰은 재현 실험을 통해 유골 발견 장소가 용의자의 동선과 일치함을 찾아냈고 경찰은 곧바로 B 씨를 범인으로 특정해 체포했다.

체포 직전까지 B 씨는 유가족과 같은 마을에 계속 머무르며 일상생활을 해왔다.

피해자의 여동생은 인터뷰에서 “B 씨가 집에 찾아와 ‘그 불쌍한 아이를 누가 데려갔을까. 어떻게 이렇게 사라질 수 있냐’며 동정하기도 했다”며 분노했다.

사건은 이듬해 법정으로 넘어갔다. 홉스골주 법원은 지난해 3월 B 씨에게 미성년자 강간 살인죄로 종신형을 선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K-과학수사 역량 인정받아”

국립과학연구원. (출처=뉴스1)

국립과학연구원. (출처=뉴스1)
이 사건 해결의 계기가 된 한국의 과학수사 기술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통해 몽골,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등에 전수되고 있다. 특히 유전자, 마약, 디지털 분석 분야에서 과학수사의 지형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과수는 지난 25일 몽골 현지에서 ‘법과학 역량강화사업 성과보고회’를 진행했다. 이봉우 국과수 원장은 홉스골 사건 외에도 몽골의 대표적 미제사건인 ‘도르노고비 실종사건’을 해결하는 등 과학수사 기술에서 괄목할 성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김영호 인턴기자·인하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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