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별 케이뱅크 매니저
이상거래탐지 시스템 포착
타은행에도 지급정지 조치
보이스피싱범이 깔아놓은 악성 애플리케이션 때문에 전화까지 도청당하는 60대 고객의 금융 피해를 막은 인터넷은행 직원의 사례가 화제다.
주인공은 케이뱅크의 최별 금융사기대응팀 매니저. 16일 케이뱅크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최 매니저는 자사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에 포착된 고객에게 전화를 걸었다. 케이뱅크에만 1억3000만여 원의 자산을 보유한 60대 고객이었다. 최 매니저가 급히 통화를 시도했지만 피싱범은 수초 만에 전화를 끊었다. 그는 총 네 차례에 걸쳐 고객에게 "보이스피싱이에요" "경찰서에 가세요" 등의 내용을 전달했다.
연락이 계속되자 피싱범은 케이뱅크의 전화번호를 아예 차단해 버렸다. 최 매니저는 여기에서 포기하지 않고 고객의 평소 거래 내역을 조회해 다른 은행에 보유 중인 계좌를 확인한 뒤 해당 은행에 직접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고 지급정지를 요청했다. 최초 탐지 시점에서부터 30분 이내에 모든 과정이 진행됐다.
최 매니저는 "긴급한 상황에서 고객의 피해를 막으려면 다른 은행 보유 계좌에도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라 지급정지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발 빠른 대응 덕분에 고객의 자산은 피해 없이 모두 지켜졌다. 해당 고객은 보이스피싱 사실을 인지하고 사건 당일 밤 경찰서를 찾아 악성 앱을 제거했으며, 다음 날 케이뱅크에 직접 감사 인사를 전했다.
케이뱅크 측은 이번 사례가 케이뱅크의 고도화된 FDS, 그와 연동된 체계적인 대응 매뉴얼, 담당 직원의 기지와 열정이 더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재 케이뱅크는 최 매니저의 공로를 인정해 사내 포상을 준비 중이다.
케이뱅크 FDS는 고객의 앱 사용 패턴, 기기 상태 등 다양한 변수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상 징후를 탐지하도록 설계돼 있다. 탐지 후에는 감지된 이상 거래 유형에 따라 사전에 구축된 대응 시나리오 중 적합한 매뉴얼을 직원에게 함께 제시한다. 시스템이 '위험을 감지하는 눈'이라면 연결된 매뉴얼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려주는 두뇌' 역할을 한 셈이다.
[박나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