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미국 트럼프 정부발 관세 압력으로 2개월째 감소하던 대미국 수출이 6월 초 깜짝 반등했다. 그간 한국의 수출을 이끌어온 반도체 호황에 관세 영향에 부진을 이어온 자동차 수출도 회복세를 나타내면서다. 다만, 집계 기간이 짧아 이 같은 반등이 월말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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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은 155억달러로 전년대비 5.4% 증가했다. 조업일수 영향을 배제한 일평균 수출액은 28억 1000만달러로 무려 15.0% 증가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영향으로 타격을 입은 대미 수출액이 전년 대비 3.9% 증가한 29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4.4% 감소했던 승용차 수출(13억달러)도 이 기간 8.4% 증가했다. 이달 들어 미국의 관세 조치 영향이 더 악화하리라는 전망과 다른 결과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의외의 결과”라며 “조업일수 기준 5.5일의 단기 집계치인 만큼 현 시점에선 정확한 추이를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동차업계의 노력이 단기 수출실적에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은 4월 초부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국내 자동차 기업들은 현지 가격을 동결하는 등 충격을 자체 흡수하는 방식으로 현지 시장점유율 유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격을 동결한 채 기존에 확보한 재고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반도체 수출도 6월 초 좋은 흐름을 이어가며 전체 수출실적을 뒷받침했다. 열흘간 36억달러를 수출하며 전년 대비 22.0%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또 선박(9억달러)과 자동차부품(5억달러) 수출도 전년대비 각각 23.4%, 12.1% 늘며 선전했다. 대중국 수출(31억달러)도 전년대비 2.9% 늘며 반등했고, 대유럽연합 수출(15억달러)도 전년대비 14.5% 증가했다.
다만, 열흘간의 ‘깜짝 반등’이 지속하리라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이 지난 3~4월 시행한 철강과 자동차 등에 대한 25% 관세 영향이 하반기로 갈수록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역시 가격 유지를 위해 관세 부담을 언제까지고 떠안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예정대로라면 7월부터 모든 한국산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도 붙을 예정으로 우리 수출 기업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관세청 관계자는 “미국 관세정책과 이에 대한 수출기업의 대응에 따라 단기 실적의 등락은 있겠지만, 추세적으론 글로벌 관세 전쟁에 따른 수출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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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