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국민대표로부터 임명장을 받는 ‘국민 임명식’ 행사가 80주년 광복절인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4일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대통령으로서 공식 업무를 시작했는데, 당시 생략한 공식 취임식을 대신하는 성격의 행사다. 취임 72일 만이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력의 원천은 언제나 국민이었다”며 “지금까지 그랬듯 ‘국민주권 정부’는 국정 운영의 철학과 비전의 중심에 언제나 국력의 원천인 국민을 두겠다”고 말했다.
◇李 “오직 국민만 믿고 걸어 나갈 것”
국민 임명식은 ‘광복 80년, 국민주권으로 미래를 세우다’는 주제로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유명 가수 축하공연 등이 열린 뒤 이 대통령은 부인인 김혜경 여사와 함께 행사장에 입장했다. 남색 정장에 흰 넥타이 차림이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백지처럼 모든 것을 포용하며 새로이 시작하겠다는 의미의 표상”이라고 설명했다.
임명장 수여식은 국민대표 80명이 이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945년부터 2024년까지 각 연도를 대표하는 인물 59명과 국민주권·경제성장·함께 잘 사는 나라 등을 상징하는 인물이 각각 4명, 6명, 11명 선발됐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강대현 넥슨코리아 대표, 바둑기사 이세돌 씨,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대표팀 수석코치를 맡았던 박항서 씨 등이 포함됐다.
국민대표 80명은 투명 아크릴 재질의 ‘국민임명장’에 저마다의 임명 메시지를 적었고, 이를 단상 가운데 마련된 육면체 형태 구조물 ‘큐브’에 놓았다. 이들 중 4명은 이 대통령에게 직접 임명장을 전달했다.
임명장을 전달한 국민대표 4명은 광복군 독립운동가 목연욱의 아들 목장균 씨, 이국종 국군대전병원 원장, 이연수 NC AI 대표, 허가영 영화감독이 선정됐다. 이 대통령은 임명장을 받았고, 김 여사는 축하 꽃다발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임명장을 받은 뒤 감사 인사를 통해 “빼앗긴 국민주권의 빛을 되찾은 80주년 광복절에 국민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임명장을 건네받아 한없이 영광스럽고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모두에게 절박한 공통의 목표는 분명하다”며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달라는 것이자 꿈과 희망이 넘치는 국민 행복 시대를 열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직 국민만 믿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향해 힘껏 성큼성큼 걸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여권 정치인 대거 참석
이 대통령은 이어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잘 사는 나라’ ‘평화롭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도전에 응전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꿔낼 우리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성장해 세계 시장을 무대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나라의 미래를 준비하는 과학기술인들이 오직 혁신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민 임명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10대 그룹 및 주요 대기업 총수가 모두 참석했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우원식 국회의장, 조희대 대법원장,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등 정관계 주요 인사들도 자리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족도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임명된 것이 한없이 자랑스럽고, 이 자랑스러움을 국민의 기쁨과 행복으로 반드시 돌려드리겠다”며 감사 인사를 마무리했다. 임명장 전달식이 끝난 뒤에는 문화공연이 이어졌다. 드론쇼도 펼쳐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불법 계엄과 내란을 이겨낸 국민 주권 정부의 탄생을 주권자인 국민들과 기념하는 자리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김형규/한재영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