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가담, 5·18 무력 진압
관계자 42명 공적 허위 확인
간첩 검거도 거짓으로 판단
고문경찰들 대거 상훈 취소
李 "오래 누적된 왜곡 정리돼"
정부가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운동가들에게 '고문기술자'라는 악명을 얻은 이근안 전 경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은폐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박처원 전 치안감의 정부포상을 취소했다. 12·12, 5·18 및 계엄 업무와 관련된 군 출신 인사들의 정부포상도 대거 취소됐다.
21일 행정안전부는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훈 취소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김영수 행정안전부 의정관은 "앞으로도 반헌법적 행위 및 간첩 조작 사건 등을 포함해 부적절한 공적으로 받은 정부포상에 대해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적극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취소된 정부포상은 국방부 소관 76점(대상자 76명), 경찰청 소관 36점(20명), 국정원 소관 86점(71명) 등 총 198점(167명)이다. 국방부 소관에는 12·12 군사 쿠데타, 5·18 및 계엄 업무 관련자가 수여받은 무공훈포장이 포함됐다.
이인구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1980년 12월 31일 수여된 국가안전보장 유공자 42명은 상훈법 제8조에 명시된 거짓 공적이 확인됐다"며 "근무 경력과 당시 대간첩 작전 기록 등을 전수조사한 결과 '전투에 준하는 직무수행' 및 '국토방위에 헌신·노력'한 공적이 없음에도 서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12·12 군사 쿠데타에 가담하거나 5·18 민주화운동 무력 진압과 관련된 인사들의 포상이 취소됐다.
무공훈포장 취소 심사 대상자 가운데 김종곤 해군 대장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해군참모총장이었다. 그는 1980년 5월 21일 열린 군 수뇌부 회의에 참석해 계엄군의 이른바 '자위권 발동' 방침을 결정한 인사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졌다.
우경윤 육군 준장은 12·12 군사 쿠데타 때 육군 범죄수사단장 겸 합동수사본부 국장(대령)으로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합수부 수사관과 제33헌병대 병력을 동원해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공관에서 정 총장을 강제 연행한 핵심 실행자였다.
경찰과 국정원 소관에는 1960~1990년대 발생했던 간첩 조작 사건 등의 관련자가 수여받은 훈포장과 대통령·국무총리표창이 포함됐다. 과거 대공 업무를 맡으며 민주화운동가들을 고문하고 탄압한 경찰 출신 인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간첩 조작 사건 관련자들은 당시 간첩을 검거한 공적으로 포상을 받았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받고, 고문·가혹 행위를 통한 허위 자백 강요 등이 드러나면서 '검거 공적' 자체가 거짓으로 판단돼 포상이 취소됐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연루된 경찰 출신 인사들 중에서는 강민창 전 치안본부장, 박처원 전 치안감, 홍승상 전 경감의 정부포상이 취소됐다. 강 전 본부장은 보국훈장 국선장 등을 포함해 4점의 포상이 취소됐고, 박 전 치안감은 대통령표창 등 4점이 취소됐다. 홍 전 경감도 대통령표창을 포함해 6점의 포상이 취소됐다. 이들은 전두환 정권 당시 발생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축소·은폐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근안 전 경감은 1980년대 민주화운동가로 활동하던 김근태 전 의원을 비롯해 민주화운동 인사들의 고문을 주도했다. 이 전 경감과 함께 당시 학생운동 관련자를 고문한 김수현·백남은 전 경정의 정부포상도 취소됐다.
이 같은 정부포상 취소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오랫동안 누적된 왜곡을 잘 정리했다"며 "잘못되거나 반론에 부딪히지 않게 꼼꼼하게 파악해 잘 다뤄달라"고 밝혔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서훈 취소안을 보고받고 이같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번 정부포상 취소는 지난 1월 보국훈장 등 11건, 3월 무공훈장 10건에 이어 올해 세 번째다.
[정석환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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