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카네기홀 서는 정경화 "완벽함 보단 나만의 음악 추구"

3 days ago 2

듀오 공연 앞서 7년 만에 기자간담회
오는 11월 미국 투어...카네기홀 공연
"정명훈과 한 공연서 기립 박수 8번 받아"
'영혼의 동반자' 케너 "정경화에 경외감"

“동생이 라 스칼라의 음악감독이라니, 아무도 상상못한 일이에요.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내려다 보시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클래식클럽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질문에 답한 뒤 웃고 있다. / 사진출처.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클래식클럽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질문에 답한 뒤 웃고 있다. / 사진출처. 연합뉴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18일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클래식클럽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경화는 1967년 미국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클래식 음악계에 이름을 알린 바이올리니스트다. 그가 기자간담회를 연 건 이번이 7년 만이다. 오는 11월 7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 공연을 앞두고 바이올린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카네기홀은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우승할 때 그가 활약했던 무대다. 이 무대에 정경화가 오른 건 2017년이 마지막이었다.

즉흥적인 정경화 옆엔 신중한 파트너

이번 공연에선 정경화가 “영혼의 동반자”라고 부르는 케빈 케너와 슈만, 그리그, 프랑크 등의 낭만주의 작품을 연주한다. 케너는 1990년 쇼팽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에 올랐던 피아니스트다. 정경화는 “카네기홀은 자연스러운 소리를 섬세하게 끝까지 전달하는 공연장”이라며 “금실 같은 현의 한 올 한 올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겠다는 제 꿈을 실현시켰던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듀오는 미국 우스터·프린스턴, 캐나다 토론토에서도 공연할 예정이다. 미국행에 앞서 오는 21일 고양, 2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26일 통영 등에서도 공연한다.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클래식클럽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왼쪽)와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가 서로의 연주 호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출처.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클래식클럽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왼쪽)와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가 서로의 연주 호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출처. 연합뉴스.

정경화는 동생인 정명훈과 무대에 올랐던 경험에 대해서도 말했다. 정명훈은 이탈리아 최고의 오페라 악단으로 불리는 라 스칼라 필하모닉에서 2027년부터 음악감독을 맡는다. 동생의 감독 선임에 대해 정경화는 “지휘자는 음악인 100여명을 관리하고 노래와 악기도 할줄 알아야 하는 가장 힘든 음악인”이라며 “동생 소식에 (제 자신이) 겸손해진다”고 말했다. “전 젊었을 때 관객들에게서 기립박수를 끌어내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한 거라고 봤어요. 그런데 LA 필하모닉을 이끈 동생과 함께 차이콥스키 협주곡 연주를 할 땐 기립박수를 8번이나 받았죠. 동생과 호흡이 참 잘 맞았어요.”

듀오 공연을 펼치는 케빈 케너에 대해선 끝 없는 신뢰감을 드러냈다. 정경화는 “제가 즉흥적이고 직감적이라면 케너는 생각이 많은 학자 같은 사람”이라며 “성향이 다른 둘이 음악 해석을 나누면 균형감이 잘 맞아 흥미로운 음악이 나온다”고 말했다. 해석 방향이 다르더라도 케너를 100% 믿고 연주한다고. 케너도 “음악성에 대한 정경화의 강렬한 충동을 느낄 때면 경외감과 해방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클래식클럽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왼쪽)와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가 서로의 연주 호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출처.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클래식클럽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왼쪽)와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가 서로의 연주 호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출처. 연합뉴스.

자신만의 색 드러내야...임윤찬이 그 길 가

나이 일흔일곱이 된 지금 정경화는 젊었을 때처럼 좌중을 휘어잡거나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대신 자신의 음악을 추구하는 데 집중한다고. “퍼플(보라색)을 좋아한다”는 그의 말과 보랏빛으로 물든 머리, 보랏빛 리본이 달린 구두에서도 정경화만의 색채가 드러났다. 그는 “미국 화가인 에드워드 호퍼가 끝까지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에 기가막힌 그림을 그렸다”며 “젊은 음악인 중에선 임윤찬이 비슷한 걸음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데뷔 60주년을 맞는 2027년엔 슈만의 다른 곡들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젊었을 땐 슈만에 대해 잘 몰랐는데 케빈이 치는 슈만 연주가 너무 아름답더라고요. 기력을 길러 내년엔 슈만의 다른 곡들을 조금씩 선보이고 싶습니다.” 후배들에 대한 격려도 전했다. “예술 분야에서 재능 있는 한국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졌어요. 누구나 독특한 자기 자신을 잘 이끌어간다면 한국을 따라올 나라가 없을 겁니다.”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클래식클럽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출처.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클래식클럽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출처. 연합뉴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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