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말 등장한 챗GPT는 불과 두 달 만에 이용자 1억명을 돌파했다. 인터넷이 약 7년 만에 이용자 1억명을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확산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이 산업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걸리던 시간은 빠르게 단축되고 있다. 기업이 대응책을 검토하는 사이 시장의 규칙부터 바뀌는 시대다.
한상만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의 '속도가 생존이다'는 인공지능(AI) 시대의 경쟁력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다. 30년 넘게 기업의 경쟁 우위를 연구해온 저자는 기술과 자본을 얼마나 많이 보유했느냐보다 외부의 변화와 자원을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고 활용하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가른다고 말한다.
엔비디아의 쿠다(CUDA)는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엔비디아는 2000년대 중반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병렬 연산 능력을 그래픽 처리 외에 과학 계산, 머신러닝, AI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쿠다 플랫폼을 공개했다. 전 세계 개발자와 연구자가 GPU를 활용해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셈이다. 개발자들이 쿠다 기반의 도구와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수록 생태계는 커지고, 더 많은 개발자가 유입되면서 새로운 활용 사례와 혁신이 늘어났다.
저자는 이 같은 경쟁력의 원리를 연결·흡수·확산이라는 3단계로 정리한다. 외부의 기술과 인재를 연결하고, 이를 조직의 학습과 실행으로 바꾸며, 성과를 생태계 전체로 퍼뜨리는 구조다. 혁신이 반복될수록 다음 혁신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드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이는 한국 기업에도 중요한 과제다. 선도 기업의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은 과거 성장의 밑거름이었다. 하지만 기술과 시장의 기준이 끊임없이 바뀌는 환경에서는 정해진 길을 빠르게 달리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외부의 혁신을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내부의 자산을 외부 참여자에게 개방해 더 큰 혁신을 끌어내는 구조가 필요하다.
책은 삼성전자, LG, 현대자동차, 롯데,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을 살펴보며 이들 기업이 외부의 기술과 인재, 파트너를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고, 이를 조직의 학습으로 흡수해 생태계 전체로 확산시키는지 진단한다.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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