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가 곧 안보인 시대입니다. 전기국가로 향하는 3~4년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골든타임이 될 것입니다.”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제2차관의 진단이다. 이 차관은 지난달 30일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제6기 대한민국 ESG 클럽 출범식’ 기조연설을 통해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와 자국 우선주의 확산 속에서 생존하려면 전기국가로 대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각자도생 시대 대비해야”
이 차관은 최근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을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제 비용 절감과 적기 공급 시대는 지나갔고, 각자 자국 중심의 에너지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에너지 각자도생’ 시대가 열렸다는 의미다. 그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전력 확보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이런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생산·운송·저장·활용 전 과정을 전기 기반으로 운영하는 전기국가 비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단기간 내 발전력을 가장 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 전원은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뿐”이라며 “재생에너지를 100기가와트(GW) 수준으로 대대적으로 보급해 원전 10기 이상의 실효 용량을 확보한 뒤, 원전과 소형모듈 원전(SMR) 등을 적절히 섞는 에너지 믹스를 완성하겠다”고 했다.
전력망 개편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됐다. 정부는 서남해안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수도권과 첨단산업단지로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장거리 송전망 건설 절차를 전면 개편하고, 지중화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이 차관은 밝혔다. 아울러 직류(DC) 기반의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지역별 요금제와 전력 수급 상황을 실시간 반영하는 ‘동적 요금 체계’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조만간 한국형 녹색 대전환(KGX) 전략을 발표하고, 철강·석유화학 등 탄소 감축이 어려운 업종의 전기화 공정 전환 비용을 정부가 파격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SG 질적 성장 이룰 때”
이 차관의 발표 직후 박재흠 EY한영 전무가 기업들의 현장 목소리를 전했다. 박 전무는 정부의 전기국가 비전에 공감하면서도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선 보다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전무는 송전 인프라(플러그인 그리드) 구축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지역 수용성’을 꼽았다. 그는 “과거 밀양 사태부터 최근 하남 사례에 이르기까지 송전망 건설은 기술보다 주민 동의와 인허가라는 현실적 벽에 부딪혀왔다”며 “지역 주민과 수익을 공유하는 직접적 이익 환원 제도 등 실효성 있는 제도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탈탄소 시장이 2040년까지 11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에 감안하면 우리 기업들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이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대한민국 ESG 클럽 회원사 100여 곳이 참석했다. 대한민국 ESG 클럽은 2021년 출범한 국내 최대 ESG 포럼으로 올해 6기를 맞았다.
구현화 한경ESG 기자 kuh0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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