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아이 생기는 기쁨 절대로 몰라 … 결국 영화 본질은 기술 아닌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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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AI는 아이 생기는 기쁨 절대로 몰라 … 결국 영화 본질은 기술 아닌 감정

업데이트 : 2026.07.08 18:03 닫기

재닛 양 前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장 인터뷰
진정성 있는 경험이 몰입 선사
AI는 인간 보조역할에 그칠 것
K콘텐츠, 보편적 공감 고민을

사진설명

"인공지능(AI)은 인간의 창의성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재닛 양 전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장은 "AI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기쁨이나 부모가 세상을 떠났을 때의 슬픔 같은 인간의 경험을 흉내 낼 수 있을 뿐이고, 그렇게 학습한 감정은 공허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세계 영화계 최고 권위로 꼽히는 아카데미상, 이른바 오스카상을 주관하는 기관이다. 중국계 미국인인 그는 2022년 아시아계 최초로 아카데미 회장에 선출돼 지난해까지 3년간 조직을 이끌었다. 할리우드 제작자 출신으로 1988년 아카데미상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 '태양의 제국'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협업하며 이름을 알렸다. 현재 재닛 양 프로덕션 대표를 맡고 있다.

양 전 회장은 AI 시대에도 영화의 본질은 기술적 화려함이 아니라 인간의 경험과 감정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객이 인물과 강한 정서적 연결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며 "요즘 관객은 진정성 있는 경험을 갈망한다"고 밝혔다.

그가 예로 든 사례는 공포 콘텐츠 '백룸'이다. 백룸 시리즈는 형광등이 윙윙거리는 노란 사무실 같은 초현실적 공간에 갇힌다는 인터넷 괴담을 바탕으로 한 유튜브 창작물이다. 정교한 상업영화와는 거리가 있지만, 오히려 날것의 몰입감을 앞세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2022년 공개된 대표 영상의 조회 수는 9000만회에 달한다.

같은 관점에서 한국 작품에 대한 조언도 뒤따랐다. 그는 "한국 콘텐츠의 성공은 서구 관객이 아시아 영화를 기피한다는 변명을 깨뜨렸다"며 "다만 문화적 특수성이 인물에 대한 공감 가능성을 압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처럼 한국 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 이색적인 매력을 가질 수는 있지만, 작품과 관객 사이의 정서적 거리까지 벌어져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 영화계의 적극적인 대외 활동도 당부했다. 양 전 회장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모범 사례로 꼽으며, 2019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이듬해 초 아카데미 투표 시기까지 감독과 관계자가 주요 행사, 인터뷰에 꾸준히 참여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물론 작품 자체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대외 노출도를 유지하는 게 아카데미에서 더 큰 인정을 받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양 전 회장은 스트리밍 시대에도 아카데미가 계속해서 극장 개봉의 가치를 중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화관은 단순히 작품을 먼저 공개하는 장소가 아니라 창작자가 의도한 방식으로 관객이 작품을 경험하는 공간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는 상당수 작품은 극장 상영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다.

끝으로 스트리밍의 확산이 극장 산업의 쇠퇴로만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영화관이 관람 경험의 질과 영화 산업의 상징성을 담당한다면, 스트리밍은 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극장과 스트리밍이 서로 다른 기능을 맡으며 공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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