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 슈가의 선한 영향력이 일본으로 퍼졌다. 슈가가 세브란스병원에 50억을 기부해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의 치료와 사회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 치료센터를 설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아미(BTS 공식 팬덤명)들도 기부에 나섰다.
최근 사단법인 일본자폐증협회(日本自閉症協会)는 슈가의 기부 소식이 담긴 기사를 공유하며 "아래 뉴스를 계기로 방탄소년단의 팬으로 생각되는 분들로부터 기부 신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슈가 씨와 팬 여러분들의 따뜻한 연결고리에 크게 놀랐고 감동했다"면서 "따뜻한 마음이 담긴 기부는 자폐증이 있는 분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소속사 빅히트뮤직에 따르면 슈가는 지난해 11월 소아정신과 분야 권위자인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천근아 교수와 소통하게 됐고, 수차례 만남을 통해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에게는 생애주기에 맞는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지만, 기존의 단기적인 치료적 개입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자폐스펙트럼장애 증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10년 이상 중장기적으로 치료를 지원할 수 있는 특화 치료센터 건립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해 세브란스병원에 50억원의 기부 의사를 밝혔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은 물론 연세의료원 전체를 통틀어 아티스트가 전한 기부금으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무엇보다 슈가가 지속적으로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을 만나며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화제를 모았다.
세브란스병원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민윤기 치료센터' 설립 과정과 목표에 대해 알렸는데, 천 교수는 "모든 치료 과정에 치료팀과 함께해 주신 분이 방탄소년단의 슈가"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슈가가 작년 11월에 저를 찾아와서 음악 재능 기부 의사를 밝혔다"면서 "제가 쓴 교과서가 5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다. 그 책을 상당 부분 거의 읽고 오셨더라. 제게 던지는 질문이 심도 있고 날카로워서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이어 "슈가는 프로그램 참여 내내 한 번도 지각 안 하고, 저보다 더 일찍 와서 기타 연습하고 치료자들과 사전 준비 미팅을 하는 걸 보며 숙연해졌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호흡에 맞추려고 애를 많이 썼고, 슈가의 행복한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진정으로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고 큰 행복, 힐링의 시간이겠구나 하면서 모든 치료자가 진정성에 감동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