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 확정]
지역수가 신설하고 진찰료 20년만 인상
비수도권 수술·처치 수가도 10% 가산
복지부 “환자 본인부담 증가는 최소화”
정부가 지역·필수의료 인프라 강화를 위해 연간 3조6000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추가 투입하는 수가 개편에 나선다. 이와 동시에 CT(컴퓨터단층촬영)·MRI(자기공명영상) 촬영과 검체검사 등 상대적으로 보상이 높았던 분야의 수가는 낮춰 연간 2조60000억원을 절감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낮은 보상과 높은 업무 부담으로 인해 지역·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심화됐다고 보고 2001년 현행 수가체계 도입 이후 최대 규모의 재정 투입을 결정했다.
유정민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그동안은 현장의 적응을 위해 가랑비에 옷 젖듯 개편이 이뤄진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확실하고 과감한 방향 전환을 위해 역대급 규모로 조정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우선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연간 4000억원을 투입한다. 비수도권 지역과 수도권 내 지역의사 의무복무 대상 6개 진료권(경기 의정부권·남양주권·이천권·포천권, 인천 서북권·중부권)에 지역 우대수가를 적용한다.
구체적으로는 해당 지역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약 2700개 수술·처치에 수가를 10% 가산한다. 상급종합병원 등의 소아중환자실 처치에는 50% 가산을 적용하고 모자의료센터의 고위험 분만과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료도 추가 보상한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그동안은 수가 개편이 전체 분만에 일괄 적용되다 보니 주수가 짧고 산모의 위험도가 높은 치료에 대한 유인이 부족했고 이로 인해 모자센터로 지정돼도 인력을 유지하기 어려웠다”며 “이것이 오늘날의 분만 뺑뺑이나 미수용의 원인이었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중증·권역 모자센터를 중심으로 분만 수가를 상향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서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한 84개 시·군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과 의원 등 총 2249개 기관에는 진찰료와 입원료를 각각 5% 인상한다.
기본진료 강화를 위해서는 연간 1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정부는 검사 중심 진료에서 벗어나 충분한 진찰과 상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진찰료 체계를 손질한다.
구체적으로는 수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진찰료 상대가치점수를 20년 만에 손본다. 의원급 초진 진찰료는 6%, 재진 진찰료는 4% 올린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초진·재진 모두 2% 인상된다. 이에 따라 의원급 초진료는 1만8840원에서 1만9980원으로, 상급종합병원 초진료는 2만1440원에서 2만1860원으로 오른다.
심층 진찰·상담 보상체계도 확대한다. 현재 시범사업으로 운영 중인 상급종합병원의 15분 이상 심층진찰과 소아 대상 일차의료 심층상담은 본사업으로 전환된다. 이와 더불어 종합병원급 심층진찰과 내과·가정의학과·산부인과 중심의 일차의료 심층상담 시범사업도 새롭게 추진한다. 정 장관은 “3분 진료 관행을 개선하고 환자와 의료진이 충분히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입원료 역시 인상된다. 일반병실 기본수가는 7%, 중환자실은 10% 상향한다. 간호등급(병원이 환자 대비 간호사를 얼마나 많이 배치했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에 따른 보상도 강화한다. 이번 개편에 따라 간호등급 S를 적용받는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의 입원료는 66만8000원에서 79만8000원으로 오른다. 환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종합병원의 4인실 일반병실 가운데선 간호등급 A를 적용받는 병동의 입원료가 12만7000원에서 14만3000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과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도 확대한다. 중증·응급환자 최종치료 지원에는 연간 9000억원, 고위험 분만 등 모자의료에는 1000억원, 소아의료에는 2000억원을 각각 투입한다.
수가 조정도 병행된다. 정부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둔 분야의 보상을 합리화해 연간 2조6000억원을 절감한다는 방침이다. 검체검사의 경우 비용 대비 수익 수준이 190%에 달하는 점을 고려해 이를 150% 수준으로 낮춘다. 이를 통해 연간 1조7000억원을 절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병기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검사 수가가 과보상되다 보니 그쪽으로 의료 인력이 쏠리고 행위가 더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관행을 탈피해 과감한 조정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CT·MRI 등 영상검사 수가도 비용 대비 수익률이 기존 200%에서 150% 수준이 되도록 조정해 연간 7000억원을 절감한다. 정 장관은 “특수 영상 장비의 품질을 등급화해 보상과 연계함으로써 영상 검사의 질을 높이고 중복 검사를 줄여나가겠다”며 “의료영상 정보 공유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종합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모자의료센터 관련 수가 인상은 올해 3분기부터 우선 시행하고 나머지 개편안은 준비 과정을 거쳐 오는 12월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또 수가 개편 주기를 기존 5~7년에서 2년 이내로 단축해 보다 신속하게 조정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이번 개편으로 환자 본인부담금이 증가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장관은 “고위험 분만이나 신생아 중환자, 1세 미만 소아는 현재도 본인부담금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지역우대수가 역시 추가적인 본인부담이 생기지 않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권 국장은 “장기적으로는 불필요한 검사를 덜하게 되므로 본인 부담이 오히려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건강보험 재정 확충 과정에서 보험료 인상 가능성은 남아있다. 권 국장은 “보험료 수익 기반 확충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보험료율의 일부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최근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경제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어 내년에는 건강보험 재정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월 발표한 약가 인하를 통해 향후 10년간 총 15조원 규모의 재정을 절감하는 등 강도 높은 지출 효율화도 병행하고 있다”며 “신규 재원 발굴 등을 통해 보험료 인상은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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