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실효적인 공정거래법 집행, 민생경제 회복의 밑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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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일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남동일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흔히 현대 경쟁법(독점규제법 또는 공정거래법)은 '시장경제의 마그나카르타'라고 비유된다. 지배적 사업자의 독과점력 남용과 경쟁을 제한하는 반칙 행위를 규제함으로써 시장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헌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올바른 경쟁법 집행 체계는 단순히 기업 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기능을 넘어서 시장 질서의 근간을 바로 세우고, 시장의 주권자인 소비자를 보호하며, 지속 가능한 국민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가 된다.

시장경제의 발전과 함께 세계 각국의 경쟁법 집행 시스템은 독립적 경쟁당국의 행정규제를 중심으로 두고, 민사·형사적 구제 수단이 이를 보완하는 구조로 발전해 왔다. 각국이 처한 경제 환경에 따라 구체적인 방식과 제재 수준에는 차이가 있으나, 공정한 경쟁이 시장의 핵심가치라는 점은 공통적이다.

세계에 유례없는 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은 그 역동성으로 많은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우리 시장의 현실에는 개선돼야 할 과제가 아직 많다. 독과점 구조의 고착화, 반복되는 불공정행위, 경제적 약자를 배려하지 못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은 한국 경제의 잠재력을 저해하는 요소들이다.

대한민국 시장경제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는 공정거래법의 집행 실효성을 높이는 일이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를 위해 최근 공정위는 법 집행 시스템 전반의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및 관련 법령 제·개정 방향 및 주요내용공정거래법 및 관련 법령 제·개정 방향 및 주요내용

첫째, 경제적 제재(과징금)의 실효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한다. 반칙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반복되는 주된 원인은 '제재보다 부당이득이 큰' 잘못된 유인구조에 있다. 법 위반으로 얻은 이익을 훨씬 상회하는 경제적 제재를 통해 강력한 억지력이 확보돼야 한다. 지난 4월 과징금 부과기준 및 반복 행위 가중을 대폭 강화하는 고시 개정을 마쳤으며, 과징금 부과 상한을 선진국 수준으로 현실화(예:시장지배적지위남용 6%→30%, 담합 20%→30%)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둘째, 경제형벌 체계를 합리적으로 정비한다. 전부처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 형벌 정비의 일환으로, 행정적·경제적 제재만으로 목적 달성이 가능한 형벌은 과감히 폐지하거나 행정조치로 전환한다. 일반적인 영업활동과 관련된 위법행위는 형벌보다 경제적 제재가 효과적이며, 외국보다 과도한 형벌 규정이 글로벌 기업 활동에 예측가능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다만, 담합, 기술 탈취, 사익편취 등 중대한 법 위반행위에 대한 형벌 규정은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여전히 유지된다.

셋째, 훼손된 경쟁을 신속히 회복시키기 위한 시정조치를 다변화한다. 시정조치는 단순한 제재를 넘어 경쟁을 실질적으로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인쇄용지, 밀가루 및 전분당 담합 사건에서 가격을 담합 이전 수준으로 재결정하도록 명한 것이 대표 사례다. 앞으로도 소비자가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시정명령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 행태적 조치만으로 경쟁 회복이 어려운 경우, 지분매각이나 영업양도 등 구조적 조치를 보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심도 있게 검토할 것이다.

넷째, 민사적 구제 수단을 확충하여 피해자 보호를 강화한다. 불공정행위로 인한 피해가 실질적으로 배상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가야 한다. 소비자단체소송의 범위를 예방적 금지로 넓이고 나아가 손해배상 청구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법위반 피해자의 피해사실과 손해액 입증을 도울 수 있도록 공정위 심결 자료를 법원에 적극 제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고, 분쟁조정통합법 제정을 통해 분쟁조정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 특히 불공정 피해 구제 기금 조성을 통해 피해 예방과 권익 증진을 위한 실질적인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경제적 약자의 협상력을 제고할 것이다.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이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최소한의 길항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들의 단체적 협상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담합 규정 적용에서 제외하되, 물가 인상 등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사후 통제 장치를 함께 마련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마련하기로 했다.

공정거래법 집행은 시장에 공정한 룰(rule)을 세우는 일이다. 적정하고 충분한 공정거래법 집행은 시장경제를 지탱하는 다양한 시장참여자들에게 바람직한 질서와 규범을 정립하는 과정이며, 거래 관계에서의 불필요한 다툼과 비용을 줄여주는 경제의 안전판이다. 이는 민생경제가 올바로 서기 위한 가장 선결적 과제이며, 우리 경제사회가 함께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남동일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필자〉공정거래위원회 가맹거래과장, 제조업감시과장, 기업집단과장, 소비자정책과장, 운영지원과장, 기획재정담당관, 대변인, 소비자정책국장, 경쟁정책국장, 사무처장, 상임위원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하고, 2025년 6월부터 공정위 부위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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