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사회의 휴전 요구에도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대한 공습 지속으로 사망자가 계속 증가하자 EU는 이스라엘과의 자유무역협정 중단을 검토중이다.
17일(현지시간)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유럽 위원회는 약 58억 유로(약 9조 4,600억원)규모의 이스라엘 수출에 타격을 줄 자유무역협정 중단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EU 회원국들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EU 외교정책 책임자인 카자 칼라스는 이와 함께 이스라엘의 장관 2명과 ‘폭력적인’ 이스라엘 정착민, 그리고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고위 구성원 10명에 대한 제재 패키지도 함께 제안했다. 이스라엘의 장관 2명은 가자 지역에 대한 비인도적 점령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의 국가안보부 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와 재무부 장관 베살렐 스모트리치이다.
이스라엘이 약 2년간 가자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공습과 인도적 차원의 식량 및 구호품 공급 방해 등으로 이 지역 사망자가 급증하자 '학살자' 이스라엘에 조치를 취하라는 유럽내 여론과 정치적 압력이 커지고 있다.
EU는 이스라엘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이다. EU에 따르면 작년에 두 나라 간의 상품 무역 규모는 426억 유로(약 70조원)에 달했다. 자유무역협정이 중단되면 이스라엘은 EU와 무역협정을 맺지 않은 다른 국가들과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받게 된다.
자유무역협정이 중단될 경우 이스라엘은 약 58억 유로 상당의 수출에 영향을 미쳐 연간 약 2억 2,700만 유로의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위원회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이스라엘과의 자유무역협정의 중단은 지난 주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먼저 언급했다. 이 법안은 EU 회원국 정부의 과반수 찬성, 즉 EU 회원국 27개국 중 15개국의 지지를 필요로 하며, 이는 EU 인구의 65%를 차지하고 잇다.
그러나 EU 외교관들은 로이터 통신에 이 제안이 필요한 지지를 받을 가능성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는 특히 과거 유대인 학살 역사의 그늘로 지금까지 이스라엘에 대한 EU의 처벌에 소극적인 독일의 태도에 크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수요일에 EU의 제안에 대한 최종 의견을 정하지 않았고 아직은 이스라엘과의 소통 채널을 열어두고 싶다고 밝혔다.
칼라스는 가자지구의 고통으로 여론이 변화하고 있지만 "정치적 노선은 유지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제안은 EU와 이스라엘의 관계에 있어서 정치적 변화를 의미한다.
유럽 위원회는 이스라엘 시민 사회와 이스라엘의 주요 홀로코스트 기념관인 야드 바셈과의 협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보류하기로 했다.
이스라엘 통계에 따르면 하마스 무장세력은 2023년 10월 이스라엘을 공격하여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인질로 잡았다. 가자 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2년 가까운 공격으로 가자 지구 고립, 의료시설 및 구호품 파괴 등으로 6만 4천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