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 군사 개입을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도중 백악관으로 조기 복귀하면서 “휴전과는 관계없다. 훨씬 큰 것이 있다”고 밝히면서다.
◇美, 중동에 전력 증강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도중 “이란은 늦기 전에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핵합의는 이뤄질 것이며, 이란이 여기에 서명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후 G7 일정을 하루 앞당겨 이날 밤 백악관으로 향했다. 귀국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와 함께 당초 베트남에 기항하려던 항공모함 니미츠호를 중동 해역으로 급파했다. 미 공군 소속 공중급유기 30여 대도 최근 미국 본토에서 유럽과 중동 방향으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 국방부가 “작전상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질적인 군사 옵션을 제공하기 위한 배치”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초대형 벙커버스터 폭탄 GBU-57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핵 시설은 산악지대인 포르도 지역 지하 깊숙이 있다. GBU-57은 지상 작전 없이 지하 핵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재래식 무기다. 무게 13.6t으로 최대 60m의 콘크리트를 뚫고 들어간다. 미국이 운용하는 B-2 스텔스 폭격기를 동원해 투하해야 한다. 미군은 최근 2년간 포르도 파괴 작전을 준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스라엘은 미국에 GBU-57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벙커버스터 사용을 승인하면 미국이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개입하는 형국이 된다. NYT는 “군사 개입의 수위와 방식은 NSC 논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상군 전면 파병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란-이스라엘, 협상 조건 충돌
이스라엘은 지난 13일 ‘일어서는 사자’ 작전을 개시하며 이란 핵 시설을 선제공격했다. 이후 테헤란 국영 방송국,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사령부, 공항에 배치된 전투기 등을 잇달아 타격했다. 이란도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반격에 나섰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서는 최소 24명, 이란에서는 약 225명이 사망했으며 양측 부상자는 2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작전은 (이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를 정점으로 한 신정일치 체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탄도미사일 생산 역량, 테러 네트워크 등 세 가지 핵심 목표를 제거하기 위해 미국과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개전 이후 약 120대의 이란 지대지미사일 발사대를 무력화했으며 이는 이란이 보유한 미사일 발사대의 3분의 1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란은 외교적 해법을 조건부로 제시하고 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프랑스 영국 독일 유럽연합(EU) 외교 당국자들과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이 중단된다면 미국과의 핵협상 재개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美 막판 외교 노력”
미국은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지원하면서도 외교적 해결책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악시오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이번주 핵합의와 전쟁 종식을 위한 회담을 하는 방안이 양국 간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회담 여부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는 전쟁에서 합의로 방향을 틀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막판 노력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외교 노력이 무산되면 미국이 군사 옵션을 쓸 가능성이 있다. 브렛 맥거크 전 백악관 NSC 중동 조정관은 “포르도 핵 시설은 전략적 핵심”이라며 “농축 작업이 지속된다면 외교적 성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유럽 외교가에서는 “지금이야말로 협상 복귀를 위한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