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최근 LG전자의 사업 초점이 가전에서 피지컬 AI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모멘텀을 맞고 있다는 분석의 보고서를 줄이어 내놓고 있다.
먼저 씨티(Citi)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LG전자가 산업용과 가정용을 아우르는 종합 로봇 솔루션 업체로 입지를 굳혔다고 분석했다. 로봇이 구동부와 제어, 센서가 결합한 정밀 산업이라는 점에서 연간 수천만 대의 모터를 생산해온 제조 역량이 피지컬 AI 수요를 가장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로봇,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전장(VS) 사업을 3대 핵심 성장축으로 지목하며 LG전자를 더 이상 전통 가전업체로 묶어두어선 안 된다고 평가했다. 특히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와의 협력이 장기 성장 기회를 지속 창출할 것으로 봤다.실체 드러낸 빅테크 협력… 그룹도 움직인다
앞서 LG전자 경영진은 지난 4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장녀이자 로보틱스 사업을 이끄는 매디슨 황 수석이사를 만나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달 초에는 젠슨 황 CEO가 직접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만났다.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진행된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이다.
이후 두 사람은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다시 만나면서 ‘AI 동맹’을 구체화했다. AI 모델 개발부터 로봇 학습·운영, 디지털 트윈 구축에 이르는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차세대 피지컬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AI 인프라 전반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술 협력의 실체도 슬슬 드러나고 있다. LG전자가 선보인 홈로봇 ‘클로이드’에 엔비디아의 로봇 전용 칩셋인 ‘젯슨 토르’가 탑재됐으며, 가상 시뮬레이션 플랫폼 ‘아이작’을 통해 고도화된 훈련을 거쳤다.또한 LG전자는 이달 1일 최고경영자(CEO) 직속 ‘로보틱스사업센터’를 신설하는 원포인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피지컬 AI 기반 로봇 사업을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신설 센터는 사업개발, 영업, 오퍼레이션 기능을 갖춘 완결형 조직으로 꾸려진다. 산하에는 로봇 학습용 ‘데이터팩토리’ 전담 부서를 배치했다.그룹 차원에서도 협력을 확대한다. LG전자, LG이노텍, LG CNS, LG AI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LG 워킹그룹이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류재철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6일 자신의 링크드인을 통해 “협력 범위와 전략적 파트너십 기회를 더욱 구체화했다”며 “핵심은 피지컬 AI의 대표적인 기기가 될 수 있는 로봇 폼팩터 협력”이라고 이번 방문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로봇 외에도 LG 데이터 팩토리와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고도화, LG의 로봇 대량 생산 시스템 등 광범위한 시너지 효과를 논의하고 있다”며 “우리는 피지컬 AI 생태계의 미래를 위한 준비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전자가 가진 ‘현실 데이터’도 피지컬 AI 사업의 강점으로 꼽힌다. 류 사장은 “다양한 씽큐(스마트홈 플랫폼) 포트폴리오를 통해 방대한 사용 데이터를 수집해왔다”며 “또 전 세계 14개국에 걸쳐 있는 31개 생산 시설의 상세한 제조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피지컬 AI 선두’ 기대감 주가 반영… 실적도 훨훨
LG전자 피지컬 AI 선두 기업으로 평가받으면서 주가에도 기대감이 반영되는 모양새다. 올해 초 10만 원대에 머물렀던 LG전자의 주가는 이달 초 40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현재는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하락세를 이어갔으나, 20만 원대를 유지 중이다.국내외 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하고 있다. 씨티증권은 LG전자의 목표주가를 17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무려 135%나 상향 조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목표주가를 35만 원으로 대폭 올려잡았다.
교보증권도 LG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18만 원에서 35만 원으로 94% 올렸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과거 LG전자는 가전 중심의 기업으로만 인식되어 왔으나, 이제는 북미 빅테크향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칠러)과 로봇 사업을 확대하는 성장주로 재평가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LG전자는 올해 2분기 실적에서 역대 최대치 기록을 써냈다. 매출 23조8297억 원(이하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5788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돼 각각 전년 동기대비 14.9%, 146.9%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종전 2분기 최대였던 지난해 실적(매출 21조6944억 원·영업이익 1조1972억 원)을 넘어섰다. 특히 상반기 영업이익은 이미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2조 4784억 원)을 초과 달성했다.
LG전자에 따르면 2분기 가전과 TV 등 주력사업에서 프리미엄 시장 지위를 기반으로 판매가 확대되면서 매출액이 크게 늘었다. 아울러 부품솔루션, 전장, 냉난방공조 등 대표적인 질적 성장 영역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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