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빅3'였는데…이젠 다이소에도 밀리는 화장품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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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 본사 전경. 사진=한경DB

애경그룹 본사 전경. 사진=한경DB

애경그룹의 기업 모태인 화장품·생활용품 계열사 애경산업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한때 국내 뷰티시장 ‘빅3’ 기업이었지만 중국 시장에 발목을 잡혀 고전하는 중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초저가 화장품을 내세운 다이소에도 밀리는 실정이다.

애경산업, 1분기 이익 60억…전년비 63% '뚝'

29일 애경산업에 따르면 연결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6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63.3% 급감했다. 매출은 1511억원으로 10.7% 줄었으며 당기순이익도 50억원으로 63% 축소됐다.

화장품 사업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익은 각각 459억원, 11억원으로 각각 27.2%, 88.4% 감소했다. 중국 시장 소비 심리 위축과 플랫폼 경쟁 심화로 실적이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다. 일본 시장 등에서 일부 성장세를 보이긴 했지만 중국 비중이 워낙 큰 탓에 실적을 끌어올리진 못했다. 애경산업의 중국 매출 비중은 전체 해외 매출의 70%에 달한다.

애경산업은 일본에선 '루나(LUNA)'의 롱래스팅 팁 컨실러와 컨실 팔레트 등 인기 신제품 출시를 통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에선 에이지투웨니스(AGE20'S)의 대표 제품인 에센스 팩트 등을 내놓으며 소비자층을 넓혔다.

같은 기간 생활용품 사업 1분기 매출은 1051억원으로 0.8% 줄었고 영업익은 26% 줄어든 49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퍼스널케어와 프리미엄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글로벌 사업을 본격 확대했으나 국내 채널 경쟁 심화에 원가 상승 등 비용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시장별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중장기적 성장 기반을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이소에도 밀리는 화장품 매출

애경산업은 매출 기준으로 에이피알,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신규 화장품 브랜드사에 밀리는 형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화장품업체 매출(뷰티 이외 부문 제외)은 △아모레퍼시픽 3조8851억원 △LG생활건강 2조8506억원 △에이피알 6512억원 △신세계인터내셔날 4149억원 △구다이글로벌 약 3000억원(추정) △애경산업 2615억원 순이었다.

서울시내 한 다이소 매장.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다이소 매장. 사진=연합뉴스

심지어 화장품 부문 매출은 초저가 화장품을 내세운 다이소보다 적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아성다이소는 지난해 매출 3조9689억원, 영업익은 3711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전년 대비 매출은 14.7%, 영업이익은 41.8% 뛰었다. 이 가운데 뷰티 부문 매출 비중은 10% 수준인 4000억원 가까이로 짐작된다. 다이소에 따르면 지난해 뷰티 매출은 전년(2023년)보다 144% 급증했다.

업계에선 경기 불황이 닥치면서 뷰티 산업 생태계가 대기업 뷰티 제조사들의 브랜드 인지도 전략에서 인디 브랜드 위주 초저가 전략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례로 다이소는 기존 제품의 포장이나 용량을 줄여 1000원, 3000원, 5000원 등 균일가로 선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데 중소 브랜드 위주 뷰티 유통사의 마케팅 전략을 대기업 제조사들의 느린 의사결정 구조가 따라가지 못한다”며 “애경산업의 부진도 국내 화장품 업계의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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