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살 때 주민번호, 휴대전화 인증 요구… 외국인 구매 쉬운 일본과 대조
평일 오후 4시 40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LG트윈스와 SSG랜더스의 경기 시작까지는 2시간 가량 남았지만, 제3매표소 앞에는 이미 36명이 줄을 서 있었다. 2~3명을 제외하면 모두 외국인이었다. LG트윈스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한 행인은 외국인이 늘어선 줄을 흘깃 보더니 “그러고 보니까 외국인은 표를 어떻게 사?”라고 말했다.
한국 프로야구는 지난해 사상 처음 누적 관중 1200만 명을 돌파하며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도 야구장은 하나의 관광 코스가 됐다. 그러나 경기 관람이 쉽지는 않다. 온라인 예매가 사실상 불가능해 야구장에 들어가려면 현장에서 판매하는 소량의 입장권 구매를 노려야 하기 때문이다. 2만3750석 규모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LG트윈스는 전체 티켓의 1% 정도만 오프라인에서 판매한다. 다른 구단들도 현장 판매 물량이 수백 장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K-야구 직관하러 한국 왔지만최근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야구장은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1만~3만 원 대 입장권을 구매하면 오랜 시간 경기를 관람하고, 한국 프로야구만의 응원 문화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에는 프로야구 입장권과 주변 지역 관광, 먹거리가 결합된 패키지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상품이 확산한 배경에는 외국인이 직접 프로야구 입장권을 구매하기 어려운 현실이 있다. 프로야구 입장권 예매처인 티켓링크와 놀티켓은 모두 주민등록번호와 한국 휴대전화 번호를 통한 본인 인증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온라인으로 표를 구할 수 없는 외국인 야구팬들은 현장 ‘오픈런’을 불사하고 있다.
프로야구 구단들도 이러한 외국인 수요를 파악하고 있다. LG트윈스 관계자는 “현장 판매 티켓 240장 중 70~80%는 외국인이 사간다”며 “판매 부스에 나가보면 최근 2~3년새 외국인 관중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 체감된다”고 말했다.
KBO “콘서트 정도 수요 있어야…”
일본의 경우 외국인도 쉽게 야구장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좌석을 예매한 뒤, 편의점에서 결제 후 수령하면 된다. 일본프로야구(NPB) 12개 구단 모두 이런 방식으로 표를 판매한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등 일부 구단은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외국인이 좌석을 예매할 수 있다. 호주에서 아시아 국가로 여행을 온 코트니 씨(35)와 린지 씨(33)는 “일본에서는 편의점에서도 야구장 입장권을 살 수 있다”며 “한국 예약 시스템은 끔찍하다”고 말했다.
자체적으로 자구책 마련에 나선 구단도 있다. KT위즈는 2024년 공식 앱 ‘위잽(Wizzap)’ 영문 버전을 출시했다. 본인인증을 거쳐야 하는 기존 앱과 달리 이메일 인증으로도 가입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해외에서 발급한 카드로 결제도 가능하다. 위잽을 통해 입장권을 구매하는 외국인 수는 지난해 5월 1411명에서 올해 5월 2442명으로 1년새 73.07% 늘었다. KT위즈가 집계한 5월 관중 약 15만5000명의 약 1.5%에 해당한다.
하지만 나머지 9개 구단 경기를 보려는 외국인의 경우 한국인 친구의 도움을 받거나 일부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지 않으면 현장 예매를 하는 수밖에 없다. 매번 친구를 통해 티켓을 구한다는 미국인 사나 씨(40)는 “야구를 볼 때마다 부탁해야 한다는 게 무척 번거롭다”고 토로했다.예매처는 본인 인증 절차 없이 입장권을 판매하면 대리구매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티켓링크 관계자는 “야구의 경우 콘서트보다 경기 수도 많고, 티켓 가격도 상대적으로 더 저렴하다. 본인 인증 없이 이메일 주소 입력만으로 티켓 구매가 가능해지면 여러 계정을 활용해 티켓을 대량 구매한 뒤 되파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국인이 티켓을 손쉽게 살 수 있게 하면서도, 이런 부작용을 막을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야구장 입장을 원하는 외국인 수는 아직 콘서트 수준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전체 관중 가운데 외국인 비율을 묻자 “외국인 수를 따로 집계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546호에 실렸습니다〉
김윤정 기자 g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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