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골프 관계자는 최근 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윤이나(22)를 두고 이런 말을 했다. 올 시즌 초반만 해도 수십억의 후원 계약을 터트리며 화려하게 미국에 진출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존재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 시즌 정규투어 32개 대회 중 절반인 16개가 치러졌지만, 윤이나는 단 한 차례도 ‘톱10’에 진입을 하지 못했다. 특히 일본 선수들이 우승 등 약진하는 동안 윤이나는 13개 대회에 참가해 절반 수준인 6차례나 컷 탈락을 했다.
특히 윤이나와 비슷한 과정을 겪었던 백규정(30)은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백규정 역시 2014년 국내에서 신인왕을 차지한 뒤 이듬해 미국 무대에 진출했지만 고전을 거듭한 끝에 2016년 하반기 KLPGA투어로 복귀했다.
백규정(30)은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국내와 달리 LPGA투어는 동부와 서부뿐만 아니라 동남아와 유럽 등 다양한 곳에서 대회가 치러지기 때문에 잔디가 다양해 경험치가 없으면 코스 적응이 쉽지 않다”며 “특히 미국 무대는 그린 주변의 함정이 국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어렵다. 국내에선 그린에 적중을 못해도 보기로 막을 수 있지만, 미국 무대에선 그린 적중률이 떨어질 경우 더블 보기, 트리플 보기 등 타수를 잃을 가능성이 국내보다 훨씬 더 큰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로 윤이나의 경우 지난해 KLPGA투어에서 78.4%의 그린적중률을 보였지만, 올 시즌 미국 무대에선 69%에 그치고 있다. 평균 퍼팅 역시 지난해엔 29.9개였지만, 미국 무대에선 30.1개로 투어 선수 중 92위다. 타수 경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쇼트게임에서 무너져 성적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백규정은 “미국은 톱10에 들어갈 수 있는 선수층이 40, 50명이나 되기 때문에 4라운드 중 하루만 부진해도 톱10에 들어갈 수 없다”며 “나 역시도 미국에서 뛸 당시 성적이 나오지 않아 많이 당황했었고, 윤이나도 그럴 것이기 때문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 선수들과의 신인왕 경쟁에서도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현재 신인상 포인트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일본 선수다. 특히 타케다 리오(22·일본·696점)는 올 시즌 15개 대회에 참가해 우승 한 차례를 포함해 톱10에 6차례나 이름을 올리며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윤이나는 7위(211점)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타케다 점수의 3분의 1도 미치지 못해 남은 대회에서 반전을 만들지 않는 이상 신인왕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KLPGA투어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무대를 평정했던 윤이나마저 미국에서 실패한다면 국내 선수들이 미국 진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며 “한국 여자 골프 전체 발전을 위해서라도 윤이나가 남은 대회에서 반전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윤이나는 26일부터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리는 LPGA투어 다우 챔피언십에서 박성현(32)과 팀을 이뤄 반등을 노린다. 이 대회는 1, 3라운드는 포섬 방식(두 명의 선수가 공 하나를 번갈아 치는 것)이고 2, 4라운드는 포볼 방식(두 명이 각자의 공으로 경기를 해 홀마다 더 좋은 점수를 팀 성적으로 계산하는 것)으로 치러진다. 디펜딩 챔피언 세계 2위 지노 티띠꾼(태국)과 4위 인뤄닝(중국) 등 140명이 참가한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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