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선배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들었다. 이름하여 ‘계속 보고 싶은 사람’에 대한 관계 프로젝트. 프로젝트란 명칭에 걸맞게 매월 계획과 실행이 필요한, 제법 묵직한 연간 활동이다.
스마트폰을 꺼내 저장되어 있는 연락처를 훑어본다. 한 명 한 명 떠올리며 ‘앞으로 계속 보고 싶은 사람인가?’에 대해서 질문해본다. 그 결과 ‘Yes’인 사람은 두고, ‘No’인 사람은 연락처에서 지운다. 일명 ‘솎아내기’인 셈이다. 다음은 그렇게 추려진 대상들 중에서 올해(또는 남은 기간 동안)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연락을 하고 약속을 잡는다. 1월의 A씨, 2월의 B씨, 3월의 C씨와 D씨…. 이렇게 1년간(또는 몇 개월간의) 계획을 잡는 것이다. 일명 ‘씨앗 뿌리기’인 셈이다.
그리고 매월 그(녀)들을 만나서 무엇을 할지도 각각 다르다. 1월의 그와는 평일에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 근황을 나누고, 2월의 그녀들과는 2박 3일로 여행을 다녀온다. 3월의 그녀와는 전시회, 4월의 그들과는 봄꽃 등산…. 이렇게 매월 만나게 되는 대상의 특성(혼자 보는 게 좋은가 or 여럿이 함께 보는 게 좋은가), 서로 쌓아온 관계 히스토리나 현재 상황에 따라 그 만남의 스케일이나 형태도 달라지는, ‘가꾸기’인 셈이다.
나만의 ‘핵심 친밀’ 존재를 찾다
’던바의 법칙(Dunbar’s Number)’이라는 게 있다. 영국의 인류학자인 로빈 던바가 제시한 개념으로, 일명 ‘150-50-15-5 법칙’으로도 불린다. 한 개인이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수에는 한계가 있다는 이론이다. 그에 따르면 인간이 집단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유지할 수 있는 최대치는 약 150명까지로, 그 이상 초과하는 사람들은 그저 이름과 얼굴을 아는 정도에 불과한 관계라 할 수 있다. 그보다 비교적 가까운 ‘좋은 지인’ 수준은 약 50명. 가까운 친구라 할 수 있는 ‘깊은 신뢰’ 수준은 약 15명, 마지막으로 정말 가까운 절친 수준의 ‘핵심 친밀’ 대상은 약 5명이라는 거다.
그러고 보면 절묘할 정도로 맞아 떨어진다. 필자도 선배의 ‘관계 프로젝트’ 얘기를 듣고 ‘솎아내기’부터 해봤다. 저장되어 있는 연락처를 쭉 훑어봤을 뿐인데 ‘이게 누구지?’ 하며 갸웃대게 되는 사람이 제법 많다. 그렇게 추리고 보니 140여 명 남았다. 이 중 절반은 계속 보고 싶은 마음과는 무관한, 소위 ‘비즈니스 관계’였다. 다시 남은 70여 명 중에서 가족과 친인척을 빼니? 정말 약 50명 정도가 남았다. 그렇게 남은 사람들을 보며 이 사정, 저 사정을 빼고 났더니 결국 올해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은? 역시 10명이 채 안 된다. 그만큼 이들은 내게 귀한 ‘핵심 친밀’ 존재들인 것이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나만의 관계 프로젝트 해보자. 그리고 당장 다음 달부터 한 명, 혹은 한두 명씩 만남을 가져보는 것이다. 만났을 땐 “당신이 나의 0월의 여자(또는 남자)야! 영광인 줄 알아~”라고 생색도 잔뜩 내면서 말이다.
[글 변시영(상담심리전문가(Ph.D), 『참 괜찮은 나』 외 다수 저서) 일러스트 Freepik프리픽]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33호(26.06.0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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