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경계가 사라진 시대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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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톡톡] 경계가 사라진 시대의 전문가

수만 명이 모인 방탄소년단(BTS)의 서울 광화문 컴백 공연이 끝난 지 2주가 지났다. 공연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최근 광화문 일대를 찾았다. 그날 밤 감동의 여파가 남아서인지 그곳에 있던 외국인 관광객 풍경이 유독 새롭게 다가왔다. 저들에게 한국 방문 목적이 K팝 공연을 보기 위해서인지, 관광과 쇼핑, 미식 경험이었는지 사뭇 궁금해졌다. 그러나 곧 그 질문 자체가 이미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그들에게 그런 경험은 서로 각기 다른 산업이 아니라, 처음부터 하나로 연결된 ‘한국’에 대한 경험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한류를 경험한 외국인 10명 중 7명이 한국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음식·K팝·미용·드라마·영화 등이 상위 인기 분야였다. 생각해보니 이 산업 간 경계는 공급자끼리 설정한 구분이었다. 그들은 생산과 유통의 효율을 위해 업종을 나눴다. 나눈 업종 안에서 깊이를 쌓는 것이 오랫동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한때 엔터테인먼트 산업 안에만 머물던 K팝은 이제 관광·도시 경제·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국가 브랜딩·소비재 시장까지 연쇄적으로 움직이는 복합 산업의 진원지로 성장했다. 얼마 전 페루와 미국 뉴욕에서 열린 BTS 공연에서 해외 아미(BTS 팬클럽)가 자발적으로 아리랑을 함께 부르는 장면이 소셜미디어로 퍼져 화제가 됐다. K팝이 한국 전통문화의 전파 매개로 활용되며 문화 외교 영역을 확장하는 순간이었다.

이런 흐름은 K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압구정동에서 피부 시술을 받고, 명동에서 K뷰티 제품을 사고, 성수동의 팝업 스토어를 돌아다닌다. 의료·미용·관광·유통이 하나의 소비 여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기업이 소프트웨어 서비스 기업으로 진화하고, 금융과 데이터가 뒤섞인 핀테크가 기존 업종 분류를 무색하게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느 한 분야에 정통한 것은 여전히 유효한 자산이다. 그러나 지금 시대가 더 절실히 요구하는 것은 서로 다른 산업 이해관계자를 하나의 그림 속에 담아내는 능력이다. K뷰티 시장의 실제 규모를 파악하려면 관광부터 유통, 플랫폼까지 동시에 조망해야 하고 배달 플랫폼의 성장 가능성을 논하려면 기술, 물류, 외식 산업의 언어를 함께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BTS 무대를 공연으로만 즐긴 사람과, 그 안에서 국가 경제와 연결된 다양한 산업의 흐름을 동시에 읽어낸 사람은 분명 차이가 있다. 여러 산업의 언어를 넘나들며 연결하고 통합할 수 있는 시각을 갖춘 이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 특정 영역에 뿌리를 두되 인접한 산업의 맥락까지 읽고, 그 교차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는 것. 지금 이 시대 인재에게 요구되는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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