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전의 AI와 비즈니스모델] AI 시대 불안과 공포 극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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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전의 AI와 비즈니스모델] AI 시대 불안과 공포 극복하려면

자동화 기술이 가져온 혁신 앞에는 언제나 문화적 불안과 공포가 뒤따른다. 그림을 자동화한 ‘사진’이 대표적이다. 처음 사진이 등장했을 때 사진 속 인물이 지나치게 생생하다는 이유로 사람의 영혼이 이미지에 옮겨붙는다고 생각했다. 또 사후 세계로 가지 못한다는 영혼 박제설을 믿거나 심지어 사진을 찍으면 수명이 줄거나 병에 걸린다는 소문도 돌아 지배층조차 촬영을 꺼린 시절이 있었다. 사진기 렌즈를 만들기 위해 아이들의 눈을 빼간다는 괴소문까지 돌며, 공포가 폭력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음악 녹음과 재생을 자동화하는 축음기와 자동 연주 장치 역시 음악계에 퍼지자 비슷한 공포가 확산했다. 미국의 행진곡 작곡가인 존 필립 수자가 1906년 발표한 논설 ‘기계 음악의 폐해’에선 녹음기와 플레이어 피아노로 대변되는 기계 음악이 사회를 퇴화시킬 것이라 경고했다. 그는 “사람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함께 노래하는 전통이 사라지고 가정의 음악 문화가 몰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계가 만들어낸 통조림 음악이 생활 곳곳을 침범하고 있고, 저녁 모닥불가에 둘러앉아 직접 노래 부르던 숲속 풍경마저 축음기의 크랭크와 톱니바퀴 소리에 더럽혀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공포엔 사실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섞여 있었다는 것이다. 수자 자신은 녹음기 덕분에 수많은 음반을 내 세계 최초의 스타 지휘자 겸 작곡가로 명성을 떨쳤다. 그런데도 정작 기계 음악이 퍼져나가자 작곡가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며 분노했다. 당시엔 음반으로 악보나 곡을 자유롭게 찍어내도 작곡가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인공지능(AI) 음악 제작사와 저작권자들의 갈등도 이와 비슷하다. 100여 년 전 일이 다시금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수자는 자신의 음악이 무단으로 기계장치에 의해 복제·연주되는 현실에 위기감을 느꼈고, 미국 의회에 출석해 기계적 복제를 저작권으로 규제할 것을 주장했다. 훗날 저작권법을 개정해 작곡가에게도 일정 권리가 돌아가게 됐지만, 역설적으로 축음기와 음반산업의 성공이 이런 움직임을 만들어준 것이다. 수자는 말년에 결국 축음기가 자신의 음악을 대중에게 확산시킨 가장 강력한 수단이었다고 인정했다.

축음기의 대중화 이후 집안에서 가족이 모여 직접 연주하거나 노래하는 문화는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나 음반을 통해 전해진 명연주와 명곡의 감동은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며 음악을 민주화했다. 엔리코 카루소 같은 테너 가수는 백만 장 넘는 음반을 판매했다.

결국 사진과 음악의 자동화 기술은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플러스 효과’를 냈다. AI도 마찬가지다. AI는 이미 큰 가치를 창출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그럴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소외되고, 피해를 보고, 이익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 불만은 여전히 발생할 것이다. 이들의 우려를 참여로 전환하는 제도와 정책을 같이 마련할 때 AI는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 이코노미로 전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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