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으로 급등한 유가가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오일플레이션’이 본격화하고 있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2%는 시작에 불과하다. 석유류 가격이 9.9% 급등하며 물가를 0.39%포인트 끌어올렸다. 경유 가격은 1년 전보다 17% 뛰었고 휘발유 가격도 8% 상승했다. 그나마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로 급등세를 억눌러 이 정도에 그친 것이다.
문제는 이달부터 유가 상승 영향이 물가에 더 짙게 반영될 것이란 점이다. 국제 유가는 100달러 위에서 내려올 기미가 안 보인다. 두바이유는 2월 평균 배럴당 68.4달러에서 3월 128.5달러로 뛰었다. 호르무즈해협 통행료까지 현실화하면 국내 정유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연간 1조원이 넘는다. 해상 물류비와 보험료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결국 물가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
1500원대로 올라선 원·달러 환율도 수입물가에 시차를 두고 반영돼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전망이다. 벌써부터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후반이 될 것이란 전문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6조2000억원 규모 ‘전쟁 추경’이 물가에 미칠 영향도 우려된다. 공급 측면의 물가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재정지출이 확대되면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금성 지출과 시급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대해 국회가 제대로 심의해야 하는 이유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전쟁이 조기 종료되더라도 국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에너지 시설 타격 및 확전으로 이어질 경우 174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고유가 충격은 장기간 지속될 것이란 얘기다. 고유가로 물가 불안이 계속되면 서민들의 실질 구매력이 약화해 경기 침체까지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키울 수 있다. 공급망 회복에 외교력을 집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원유 수입처 다각화, 에너지믹스 재편 등 구조적 대응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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