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오른쪽)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19일 경기도 용인 코리아CC에서 개최된 ‘2025 축구인 골프대회’에서 어깨동무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용인|사진공동취재단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63)과 유승민 대한체육회 회장(43)이 초록빛 가득한 필드에서 아주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한국축구와 한국체육을 이끄는 두 수장은 19일 경기도 용인 코리아CC에서 열린 ‘2025 축구인 골프대회’에서 모처럼 망중한을 즐겼다. 올해 초 나란히 회장직에 오른 이들이 공식석상이 아닌 편안한 자리에서 함께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회장은 2월 26일 제55대 KFA 회장 선거에서 유효 182표(무효 1표·선거인단 192명) 가운데 156표를 받아 허정무(15표), 신문선(11표) 후보를 따돌리고 4연임에 성공했다. 이에 앞서 유 회장은 1월 14일 제42대 체육회장 선거에서 유효표 1209표 중 417표를 얻어 3연임에 도전한 이기흥 전 회장(379표)을 누르고 ‘체육대통령’에 당선됐다.
다만 서로의 상황은 다르다. 2013년 KFA 수장에 처음 선출돼 4번째 임기를 시작한 정 회장을 향한 시선은 따갑다. 지난해 11월 KFA 감사를 통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등을 포함한 27건의 위법·부당한 업무처리가 확인됐다고 발표한 문화체육관광부는 정 회장 등 일부 집행부에게 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회장 선거도 두 차례나 파행되기도 했다.
KFA 회장에 대한 인준 권한을 가진 체육회의 고민은 컸다. 그러나 적법한 선거를 거쳐 축구인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정 회장의 자격에 의문을 품을 수도 없었다. 체육회는 “선거 및 당선 효력에 대한 이의제기 여부와 결격사유 등에 대해 면밀히 검토했다. 집행부 구성이 미뤄지면 축구계 주요 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인준을 결정했다.
하지만 필드에서의 만남은 시종 화기애애했다. 종목과 분야는 달라도 새로운 출발선에서 새 시대를 개척해 나가야 할 이들이다. 역시 유쾌한 농담이 계속 오갔고, 미소가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유 회장은 ‘대한체육회’ 로고가 선명히 새겨진 골프공을 선물했고, 같은 조에 편성된 신태용 KFA 부회장(55)은 홍삼 등 간식을 나눠주며 1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섰다. 신 부회장도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했던 유 회장의 선거를 도운 인연이 있어 친분이 두텁다.
특히 이들은 “기왕 운동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며 전반 9개 홀을 도는 동안 카트에 오르지 않고 직접 걸어다녀 눈길을 끌었다. 정 회장은 “유 회장님께서 ‘축구인 골프대회’에 참석하셔서 더욱 자리가 빛날 수 있었다”고 말했고, 선거에 전념하느라 지난해 9월 이후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는 유 회장은 “ 이런 행사에 더 자주 참석하고 싶다. 골프를 잘 치는 편이 아니지만 알바트로스 등 여러 기록은 갖고 있다. 탁구를 칠 때도 그랬다. 1회전 탈락 아니면 우승을 했다”며 활짝 웃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과 유승민 대한체육회 회장, 신태용 KFA 부회장(왼쪽부터)이 19일 경기도 용인 코리아CC에서 열린 ‘2025 축구인 골프대회’를 시작하며 활짝 웃고 있다. 용인|사진공동취재단
용인|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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