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택시 기사가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선택한 차는 바로 중형 세단인 '쏘나타'다. 최근 직접 2025 쏘나타 택시 액화석유가스(LPG) 모델을 운전해보니 그 돌풍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기자가 탑승한 차량은 실제 운행 택시가 아니라 천장에 갓등을 설치하지는 않았다.
현대자동차는 2023년 하반기 쏘나타 택시를 단종했다가 택시 업계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지난해 4월 재출시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쏘나타 택시는 지난해 4월 출시 후 올해 4월까지 1년간 2만3937대가 팔렸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 판매된 택시는 5만1279대로, 쏘나타의 시장 점유율은 46.7%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쏘나타 택시는 보자마자 생각보다 꽤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신형 쏘나타 택시의 차체 길이(전장)는 4945㎜로 쏘나타 디 엣지(4910㎜)보다 길다. 그랜저(5035㎜)와 90㎜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트렁크는 도넛형 LPG 봄베를 장착해 골프채를 넣고도 꽤 넉넉했다. 실제 이 차를 운행 중인 50대 택시 기사 A씨는 "디자인이 이쁘고 차 공간도 확실히 넓다"며 "코너감과 승차감도 이전 쏘나타보다 좋아졌다"고 말했다.
운전석에 앉자 12.3인치 디스플레이가 한눈에 보였다. 2025 쏘나타 택시의 핵심은 이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택시 통합 단말기’다. 현대차는 별도 기기로 운영했던 △카카오T 택시기사용 앱 △티맵 내비게이션 △어플리케이션식 택시 미터 △운행기록계 등을 통합해 디스플레이 하나로 구현하도록 했다. 티맵은 운전자가 지도 업데이트를 별도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쏘나타 택시 스티어링 휠(핸들)엔 특별한 버튼이 있다. ‘카카오T 택시 기사용 앱’ 배차 서비스가 연동되는 버튼이다. 기사가 '콜'을 수락하면 자동으로 ‘카카오내비’가 켜지면서 길 안내가 시작된다. 택시 기사가 콜 수락을 누르다 충돌사고를 낼 위험성을 줄인 것이다. 빠른 콜 수락은 기사들의 매출과도 직결된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편의 사양은 현대차의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인 ‘현대 TV 플러스’였다. 운행하지 않을 때 현대 TV 플러스를 켜면 뉴스 채널 등 여러 콘텐츠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주행 성능도 나쁘지 않았다. 코너링이 부드럽고 차량 유지보조 시스템이 장착돼 장시간 주행에도 피로감이 덜했다. LPG 차량인 만큼 주행 소음이 적어 조용했다. 가파른 경사길에선 조금 힘겹게 느껴지는 걸 제외하곤 도심 주행에서 주행감이 탁월했다. 신형 쏘나타 택시는 스마트스트림 LPG 2.0 엔진과 자동 6단 변속기를 장착해 최고출력 146마력, 최대토크 19.5kgf.m 성능을 낸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주행 속도를 높여도 흔들림 없이 가속했다. 다만 가속 패달을 꾹 밟고 시속 110㎞ 이상 속도를 높이면 조용하던 차량에 꽤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급가속을 할 땐 미세하게 가스 냄새가 나기도 했다.
쏘나타 택시의 복합연비는 9.5㎞/ℓ다. LPG 차량이어서 미세먼지 배출량도 적다고 한다. 연료별 환경피해 비용을 살펴보면 경유 차가 ℓ당 1126원, 휘발유는 601원인데 반해 LPG는 246원으로 낮다.
택시 운행에 딱 맞는 오염 방지 기능들도 많이 보였다. 특히 PVC 재질의 신규 카페트는 기존 부직포 소재의 카페트보다 실내가 오염되더라도 차량 관리가 편리해 보였다. 하이브리드 타입 와이퍼는 부분 교체가 가능했다. 2025 쏘나타 택시의 판매 가격은 2595만원부터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