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안맞는 대학과 기업…미스매치 어쩌나
수도권 대학 정원규제에 묶여
학과 신설 못하고 무전공 확대
방산기업 집약된 국립창원대
연구중심 대학 전환 시도하다
교수들 반발에 극심한 '내홍'
韓이공계 비중 38%로 높지만
기업이 원하는 인재 못길러내
이스라엘 대학은 기업과 연계
1학년부터 인턴십 프로그램
2024년 기준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73.6%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48%를 크게 웃돈다. 하지만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난 뒤의 고용지표는 반대다. 한국의 25~34세 고등교육 이수자 고용률은 2024년 기준 80%로 OECD 평균(87%)보다 7%포인트 낮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치는데 기업들은 채용할 만한 인재가 없다며 구인난을 호소한다. 청년들이 일하기 힘든 사회가 된 데는 상아탑에 갇힌 채 변화를 거부하는 대학의 교육 시스템도 큰 몫을 차지한다.
◆ 변화 거부하는 대학
청년들에게 쓸모 있는 교육을 제공하려면 대학이 시대 변화에 한발 앞서 적응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은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려 변화 속도가 느리다.
국립창원대는 올해 3월 경남도립거창대학·경남도립남해대학과 통합해 글로컬 사업 지원 대상이 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현행 국립대 체제로는 지방대 위기와 인공지능(AI) 시대의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한국전기연구원·한국재료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연계해 'KAIST형 연구중심대 전환'을 추진 중이지만 교수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수들은 인문사회계열 위축, 재정 안정성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 중이다. 김미연 창원대 홍보원장은 "창원은 국내 최고 수준의 제조업과 방산기업이 집적된 도시지만 이를 뒷받침할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이 없다"며 "지역 산업과 대학, 연구기관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 대학의 미래 성장동력을 만드는 것이 글로컬 대학 사업과 법인화 전환 논의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대학이 산업 환경 변화에 맞춰 특성화를 추진할 때마다 학과 축소와 교원 재배치, 재정 배분을 둘러싼 내부 반발이 뒤따르면서 결국 대학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가로막는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은 사회가 요구하는 지식과 기술을 만드는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며 "그를 위해서는 교육과정과 과목은 물론이고 필요하면 정원 조정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학과 개편도 규제에 막혀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대학인 브라운대는 50여 년 전부터 학부생 전원을 전공 구분 없이 뽑고 있다. 평균적으로 학생들이 4년 동안 전공을 3번 정도 바꿀 만큼 다양한 시도에 열려 있다. 스탠퍼드대도 마찬가지로 시장 트렌드에 따라 한때는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학부생의 20%를 넘나들 정도로 많았다가 AI 등장과 함께 줄어들었다. 중국에서도 AI 전공 대학은 2018년 35개에서 지난해 600개 이상으로 늘었다.
반면 한국에서는 전공을 유연하게 개편하고 싶어도 규제가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도권에 있는 대학들은 '인구 집중 유발 시설'로 분류돼 입학 정원이 정해져 있다. 학생 수요가 급감한 학과라 해도 교수들이 정원을 스스로 줄이는 일은 일어나지 않기에 산업 수요에 따른 학과 조정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게다가 수도권 대학 정원을 늘리면 지방 대학을 더욱 힘들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정부는 그나마 무전공 학과를 확대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학부 단계에서 무전공에 가깝게 입학해 산업 흐름이나 본인 관심사에 따라 세부적으로 공부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라면서도 "학생 지도와 관련된 시스템을 마련하고 정원 조정에 대한 권한이 없다면 과거 시도했던 자유전공학부처럼 큰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 꽉 막힌 산학협력 통로
산학협력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교육부에 따르면 한국 대학의 이공계 전공자 비중은 38%에 달하고 OECD 기준으로도 약 34%여서 미국이나 일본(20% 내외)을 압도한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인재로는 충분히 길러지지 않는다. 기업이 원하는 실무 경험과 문제 해결 능력을 대학 교육 안에서 충분히 쌓기 어렵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인 셈이다. 현재의 산학협력이 연구비·기술이전 실적에만 머물고 학생의 장기 인턴십이나 채용으로는 연결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기업은 짧은 실습기간에 학생을 따로 교육해야 하는 부담을 느끼고 대학은 기업의 실무를 수업에 반영할 전문인력과 재원이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실질적인 산학협력으로 대학생들의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는 사례는 이스라엘 대학교가 대표적이다. 이스라엘 대학들은 국내 기업은 물론이고 해외 기업과 연계해 1학년 때부터 다양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
이원재 요즈마그룹코리아 대표는 "학생들은 인턴십을 통해 대학 4년 내내 다양한 기업을 경험할 수 있고 기업들은 우수 인재를 조기에 발굴 가능하기 때문에 서로 윈윈이 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대학의 산학협력이 단기 실습에 머물지 않으려면 이스라엘처럼 기업이 교육과정 설계 단계부터 참여하고, 학생이 재학 중 현장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학 평가와 재정 지원도 논문·특허·협약 기업 수보다 졸업생의 직무 적합 취업, 지역기업 정착, 공동 프로젝트 성과를 더 비중 있게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용익 기자 / 최승균 기자 /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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