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볶음밥 시켰더니…하늘서 날아온 배달원 정체 '깜짝' [강경주의 테크X]

1 day ago 5

메이퇀 드론이 선전국가인재공원에 배달을 하는 모습 / 사진=메이퇀

메이퇀 드론이 선전국가인재공원에 배달을 하는 모습 / 사진=메이퇀

선전 국가인재공원에는 중국의 대표적인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 기업 메이퇀의 배달 드론이 이착륙할 수 있는 컨테이너형 포트가 설치돼 있다. 누구든지 스마트폰으로 포트 상부의 QR코드를 스캔하면 메뉴 선택 페이지가 나온다. 디스플레이에 음식이 종류별로 설명이 돼 있고, 두 어번의 터치 후에 결제하면 공원 인근의 식당에서 곧바로 음식이 조리된다. 주문 상황과 기상 등 여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메이퇀이 밝힌 인재공원 일대의 배달 평균 시간은 약 15분. 스마트폰으로 알림음이 울리고 포트의 상단 패널을 열면 포장된 음식을 감싸안은 드론이 보인다.

中 메이퇀, 드론·로봇 결합 '하이브리드 배달망' 구축

인근의 테크 기업에 재직 중이라는 30대 연구원 웨이천씨는 지난달 8일 "인재공원에서 배달로 즐겨 시켜먹는 음식은 중국식 계란볶음밥인 '시홍스차오찌단'"이라며 "음식 박스를 개봉하면 여전히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로 배송 시간이 빠르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같은 풍경은 중국의 저고도 경제를 이끌고 있는 메이퇀이 10년 넘게 공을 들여 구축한 시스템이다. 메이퇀 선전 R&D 캠퍼스에서 만난 린링 연구원은 "우리는 새로운 소비 특성과 다양한 시장의 요구에 따라 소매 첨단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며 "각종 배송 수요에 대응하고 라이더의 배송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6년부터 자동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메이퇀 조사원들은 상인과 배달원의 배송 어려움에 대한 제안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 작업을 진행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등의 기술을 기반으로 자체 연구 개발을 진행해 다양한 드론과 스마트 배송 장비, 디지털 배달 도구를 개발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메이퇀은 선전과 베이징 등 중국 내 1선 도시 지역에서 53개의 항로를 개설하고 누적 배송 45만 건을 기록했다. 자동 배송 차량은 누적 배송 건수가 약 500만 건에 달한다. 선전에서 안식년을 보낸 차석원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선전에선 드론을 이용한 배달이 일상적"이라고 말했다.

드론이 배달한 음식을 수령하는 주문자 / 사진=메이퇀

드론이 배달한 음식을 수령하는 주문자 / 사진=메이퇀

메이퇀 드론이 세븐일레븐 물류를 장착하고 있다. / 사진=메이퇀

메이퇀 드론이 세븐일레븐 물류를 장착하고 있다. / 사진=메이퇀

메이퇀의 드론 배송 시스템은 '10km 이내 15분 이내 배송' 구현을 목표로 설계됐다. 이를 위해 수직 이착륙(VTOL) 기반의 멀티로터형 드론을 자체 개발해 고밀도 도시 환경에서의 운용 효율을 극대화했다. 드론은 전기 구동식이며 항속거리 약 10~15km, 적재 중량은 2.5kg 내외다. 자체 개발한 지능형 항법 시스템은 실시간 기상 데이터와 도시 지형 정보를 융합해 최적 항로를 자동으로 산출한다. 린링 연구원은 "AI 기반 장애물 회피 기술을 탑재해 건물 밀집 지역에서도 안정적인 운항이 가능하다"며 "메이퇀은 드론이 단순 배송뿐 아니라 도심 내 항공 물류 허브 간의 연결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물류거점 네트워크를 병행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이퇀의 강점은 2024년 기준 약 7500여명의 박사급 연구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자체 드론 비행 시뮬레이터와 테스트 필드를 보유해 연간 수만 회 단위의 비행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메이퇀의 저고도 경제 혁신은 드론 단독 기술을 넘어, 지상 자율주행 배송로봇과 결합한 통합 스마트 물류 체계에 있다. 메이퇀은 이미 수천 대 규모의 실외 자율주행 배송 차량을 상용화하고 드론과 로봇, 소비자를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배송망'을 구축하고 있다. 예컨대 드론이 공중 배송을 마치면 목적지 인근 지상에서 대기 중인 배송 로봇이나 배달 라이더가 최종 목적지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지난해 중국 노동절 연휴 기간 메이퇀의 드론 운영 노선 주변의 상인들은 배달 주문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0% 이상 증가해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린링 연구원은 "지난해 자동 배송 차량은 라이더들이 240만㎞ 이상의 거리 이동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줬다"며 "마지막 100미터만 배달하면 되는 라이더들은 매일 더 많은 주문을 배달할 수 있고, 1인당 매월 800백 위안 정도를 더 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모든 시스템은 사물인터넷(IoT) 기반으로 연결돼 있다. 클라우드에서 실시간 배송 데이터를 분석·통제하는 중앙 플랫폼이 제어하는 방식이다.

메이퇀 드론의 실제 크기 / 선전=강경주 기자

메이퇀 드론의 실제 크기 / 선전=강경주 기자

메이퇀의 무인 자율 배달 차량. 선전에는 이같은 풍경이 일상적이다. / 사진=메이퇀

메이퇀의 무인 자율 배달 차량. 선전에는 이같은 풍경이 일상적이다. / 사진=메이퇀

해당 플랫폼은 주문 접수 후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하늘과 땅'을 아우르는 방식으로 자동 분산 처리하며, 시간당 수백 건의 주문도 병목 없이 처리한다. 린링 연구원은 "베이징 도심에서 만리장성까지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배달되는 데 6분37초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관광지, 항구 등에서는 드론이 공항 주변의 오프라인 상점들도 다양한 여행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이퇀은 매출도 상승세다. 2022년 2199억50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22.8% 늘었다. 2023년과 지난해엔 2767억5000만 위안, 3376억 위안을 기록해 각각 25.8%, 22.0% 증가했다.

저고도 경제 규모 2026년 1조 위안 돌파

메이퇀의 행보는 중국 정부가 육성 중인 저고도 경제 전략과 맞닿아 있다. 중국은 지난해 '저고도 경제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드론을 중심으로 한 도심항공교통(UAM) 기술, 항공물류, 관광·의료 응급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와의 접목을 추진하고 있다. 선전, 광저우, 청두 등 주요 도시에는 '저고도 비행 자유화 시범구'가 지정됐다. 중국 데이터 분석 업체 싸이디컨설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중국 저고도 경제 관련 기업 수는 5만 개를 돌파했고 그중 상장사는 118개다.

저고도 경제 기업이 급증한 배경에는 정책적 지원이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등 4개 부서는 공동으로 2030년까지 범용항공 장비를 일상생활 각 분야에 전면 도입해 저고도 경제 1조 위안급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싸이디컨설팅은 지난해 중국 저고도 항공기 제조와 운영 서비스 규모의 비중이 약 55%, 저고도 경제가 다른 분야 경제 활동에 이바지한 기여율이 40%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했다.

싸이디컨설팅은 올해 저고도 경제 규모가 8591억위안에 이르고 2026년에는 1조 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차 교수는 "저고도 경제가 중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육성하고 발전시키는 중요한 선택이 되고 있다"며 "현재는 저고도 경제가 물류에 이용되지만 국방 분야로 확산할 경우 미국이 큰 위협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퇀 드론 배송을 기다리는 주문 고객들 / 사진=메이퇀

메이퇀 드론 배송을 기다리는 주문 고객들 / 사진=메이퇀

메이퇀 드론이 칭화대 선전국제대학원에서 배달하고 있다. / 사진=메이퇀

메이퇀 드론이 칭화대 선전국제대학원에서 배달하고 있다. / 사진=메이퇀

선전=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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