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매년 500명? 1000명 이상” 한마디에…의대증원 숫자 확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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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尹정부 ‘의대정원 2000명 증원’ 감사결과 발표
1만5000명 부족?…취약지 필요 의사까지 합산 과다산출
교육 여건 등 현장점검 않고 이중 잣대로 정원 배정도

1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과 대기중인 환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2024.4.1 뉴스1

1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과 대기중인 환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2024.4.1 뉴스1
감사원이 27일 전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2000명 증원’의 핵심인 ‘부족 의사 수 추계’에 대해 근거가 부족했고, 추가 정원을 각 의대에 배정하는 과정에서도 현장 점검 없이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부족 의사 수 과다 산출”

서울 종로구 감사원. 2025.03.13 뉴시스

서울 종로구 감사원. 2025.03.13 뉴시스
감사원이 이날 발표한 ‘의대정원 증원 추진 과정’ 감사 결과에 따르면 먼저 보건복지부가 증원 규모의 근거로 활용한 ‘2035년 부족 의사 수 추계’에 문제가 있었다. 복지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서울대 등 3개 기관의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2035년 약 1만 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관섭 당시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의 현재 시점 부족 의사 수를 별도로 계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문제들이 불거졌다. 의료취약지에서 전국 평균 수준의 의사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의사 수를 도출한 수치를 ‘부족 의사 수’로 계산하면서다. 복지부는 현재 부족 의사 수를 4786명으로 산출했고, 3개 연구보고서의 결과를 합쳐 1만5000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부족 의사 수가 과다 산출된 것으로 평가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년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린 5058명으로 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4.02.06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년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린 5058명으로 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4.02.06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특히 감사원은 의대정원 증원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의중이 결정적이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조규홍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처음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증원안은 2030년까지 매년 500명씩 단계적으로 늘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1000명 이상 늘려야 한다”고 발언한 뒤 윤 전 대통령과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증원 숫자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갔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 못해”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아 센터 내부를 살피고 있다. 2024.9.13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아 센터 내부를 살피고 있다. 2024.9.13 대통령실 제공

감사원은 의료현안협의체 협의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 절차 등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 역시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023년 1월 30일부터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28차례 개최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의협이 먼저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일방적으로 지난해 2월 6일 증원을 발표했다. 증원 시행 이후 대학별 의대 정원을 추가 배정하는 과정에서는 교육 여건 평가와 같은 현장 점검 등이 없었던 점도 적발됐다. 교육부는 학생수용역량 검토를 위해 지난해 3월 4일 대학으로부터 배정신청 인원과 교육여건(교원, 실습병원 등) 확충 계획을 담은 배정 신청서를 제출받았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4일 경기 성남시 가천대학교에서 열린 의대 학사 정상화 협조요청 및 증원관련 현장의견 청취를 위한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3.15 성남=뉴시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4일 경기 성남시 가천대학교에서 열린 의대 학사 정상화 협조요청 및 증원관련 현장의견 청취를 위한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3.15 성남=뉴시스
열흘 후 교육부는 의대정원 배정을 위한 위원회(배정위)에 지역거점대와 소규모 의대 등 대학 유형별 기준에 따라 정원을 조정한 배정안을 상정했는데, 배정위의 현장 점검 요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배정안은 그대로 확정됐다. 감사원은 “대학별 현장점검 미실시 등으로 대학의 학생수용역량 점검과 반영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정원 배정기준의 모호성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대학 유형별 배정기준 적용 후 ‘수도권 병원 임상 실습 시간 비율 과다’ 등 6개 사유로 건국대 분교 등 6개 대학의 배정 규모를 조정했다. 하지만 특정 대학에만 감소 조정 사유를 적용하고, 같은 사유가 있는 다른 대학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 등 형평성을 유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 감사원, 복지부와 교육부에 제도개선 통보

서울 종로구 감사원 모습. 2025.08.13 뉴시스

서울 종로구 감사원 모습. 2025.08.13 뉴시스
감사원은 복지부·교육부에 추계·검토 절차 보완, 정원 배정 기준 명확화 등 제도개선 조치를 통보했다. 구체적으로 복지부에는 △의사수 추계 산정 기준의 명확화 △추계 데이터의 타당성 검증 절차 강화 △정책결정 과정의 심의·협의 보완을 요구했다. 교육부에는 △대학별 정원 배정 기준 정비 △수용능력 검토 실효성 강화 △배정위원회 구성의 전문성 제고 등을 요청했다.

한편 이번 감사는 올해 2월 국회가 의대 정원 증원 결정 과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감사원은 올해 5월 12일부터 6월 13일까지 복지부, 교육부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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