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세수 10조 증발”…‘월급쟁이 소득세 감세론’에 기재부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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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세수 31.7조~49.9조 감소
“물가 연동땐 세입 항구적 훼손”
호주, 일본도 도입·검토 후 폐지
李캠프 ‘소득세 과세단위’ 개편키로

  • 등록 2025-05-15 오전 5:10:00

    수정 2025-05-15 오전 5:44:11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6·3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소득세 물가연동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월급쟁이 표심 공략을 위해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 공약으로 확정했거나 검토 중인데, 3년 연속 대규모 세수결손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이를 사실상 일축하는 분위기다.

소득세 물가연동제는 물가가 오르면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해 실질 세(稅) 부담을 줄여주는 것으로 대선주자 중에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10대 공약으로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후보가 공약으로 채택한 것은 아니지만 당 차원에선 논의가 진행 중이다.

물가연동 땐 5년간 50조 세수 증발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4일 관가와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소득세 물가연동제와 관련해 민주당 박선원·박범계 의원안(소득세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박범계안이 현행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에 물가연동지수를 반영하는 데 반해 박선원안은 소득세 과세표준도 조정했다.

이를테면 박선원안은 최저과세표준을 현행 14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상향하고, 5000만원~8800만원(24%) 구간을 6000만원~1억원(24%)로 올리는 등 각 구간마다 조정을 진행했다.

이렇게 되면 연봉 1억 5000만원 가량 받는 직장인의 세율이 현행 35%에서 24%로 떨어진다. 지난 2008년 이후 수차례 과세표준 구간 조정과 세율 조정이 이뤄졌지만 ‘과표 8800만원 초과 시 35% 세율 적용’ 기준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소득세 물가연동제는 소득세를 과세할 때 명목소득(통장에 찍히는 월급)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서 최근처럼 물가가 크게 올라 실질소득이 감소할 경우 이를 반영하지 못해 직장인 부담이 크다는 지적에 따른 대안으로 손꼽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가운데 미국, 영국 등 22개국에서도 물가연동제를 이미 운용하고 있다.

문제는 세(稅) 수입 감소다. 이들 의원안의 비용추계서를 보면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면 향후 5년간 세수가 31조 7000억원~49조 9000억원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최대 10조원이 줄어드는 셈이다. 아울러 근로소득자 가운데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도 영국(5.9%), 캐나다(10.1%), 호주(12.6%), 일본(15.1%) 등 선진국 대비 높은 33%에 이른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선 긋는 기재부…李 ‘가족계수제’ 선회

기재부 관계자는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면 세입이 항구적으로 훼손될 수 있다. 소득세는 증세를 따로 하지 않아도 임금 상승에 따라 세입이 증가하는데, 물가연동제는 가만히 있어도 매년 감세를 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며 “선진국처럼 소득세가 높은 수준에서나 가능한 제도”라고 했다.

앞서 김범석 기재부 1차관도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다룬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우리나라처럼 면세자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물가연동을 했을 경우 그 비율이 더 높아지고 고소득자의 (절대적인) 세 혜택이 집중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 과제로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부 국가에선 물가연동제를 폐지하기도 했다. 호주는 1976년 과세표준 구간에 대한 물가연동제를 도입했지만 재정 상황을 고려해 1981년 없앴고 일본은 1988년 물가연동제 도입 여부를 검토했지만 세수 감소 우려로 끝내 도입하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 캠프는 이 같은 세수감소 우려를 감안해 소득세 물가연동제보다 좀 더 근본적인 개편작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일명 ‘프랑스식 가족계수제’ 방식으로 소득세 과세단위를 바꾸자는 것인데, 부부의 소득과 자녀 수를 함께 고려해 자녀가 많을수록 소득세 부담이 낮아진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직장인월급방위대 위원장인 한정애 의원은 “물가연동제는 당 차원에서는 추진하고 있지만 이번 이 후보 공약에는 프랑스식 가족계수제 방식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연동제는 세수감소 우려 등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커 중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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