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여대생 "배신당했다" 거센 반발…일본판 동덕여대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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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6.23 20:42 수정2025.06.23 20:42

/사진=무코가와여대 홈페이지 캡처

/사진=무코가와여대 홈페이지 캡처

일본 최대 규모의 여자대학교가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하자 재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요미우리, 산케이 신문 등 일본 현지 매체는 일본 효고현의 무코가와여대가 지난 1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7년부터 학교를 공학으로 전환한다. 교명은 무코가와대학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학교 측은 남녀공학 전환 사유에 대해 "사회 변화에 대응하고 더 다양한 배경과 가능성을 지닌 학생들을 수용하기 위해, 특히 글로벌 사회에서 남녀 모두에게 열린 고등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공학 전환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1939년 설립된 무코가와여대는 21개 학과, 제적생 1만여명의 일본 최대 규모 여대다. 학생 충원율도 95% 수준으로 경영상 문제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초고령사회 학령 인구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성별과 관계없이 학생을 모집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재학생들은 "배신당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학생들은 '공학화 중단 및 연기'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을 실시했고, 현재 4만 4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여자대학이라는 점을 전제로 진학을 결정한 학생들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일본 최대 여자대학이라 공학화나 폐교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맞을 줄 몰랐다"면서 "안심할 수 있는 배움터를 만들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학생들은 학교 측에 △설명회 및 의견 교환회 개최 △1학년생이 졸업할 때까지 여자대학 유지 △의사결정에 참여한 회의체 및 논의 내용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로 여대의 남녀공학 전환 움직임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4년제 여대 수는 1990년대 후반 100여 곳에 달했지만, 2020년대 들어 70여 곳으로 줄었고, 무코가와여대의 조사에 따르면 2000년~2022년 사이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여대는 26개에 이른다.

학교 측은 오는 7월 28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공학 전환 방침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산케이는 전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숙명여대, 성신여대, 동덕여대 등 주요 여대에서 남녀공학 전환 논의가 있었지만, 학교 측과 재학생 간 갈등으로 무산·철회됐다.

특히 동덕여대는 지난해 남녀공학 전환 논의 사실이 알려지자, 재학생의 본관 점거와 수업 거부 등 집단행동으로 이어지는 등 대규모 반대 시위가 벌어졌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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