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담합·갑질 혐의' 정유4사 무더기 기소
전량구매 '갑질' 4개社 기소
매출 30% 손해배상 청구 등
자영주유소에 불이익 정황
정유업계 "산업 특성 무시"
비축분 판매땐 운영자금 부족
환율·세금 등 종합적 고려
국제 전쟁 직후 치솟은 국내 기름값을 둘러싸고 정유업계의 가격 결정 구조가 도마에 올랐다. 검찰은 국내 4대 정유사가 가격 정보를 주고받고 자영주유소의 거래처 선택권까지 제한해 공정한 경쟁을 훼손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반면 업계는 국제 제품가격과 환율, 원유 도입비 등을 반영한 결과일 뿐이라며 재판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6일 검찰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는 2024년 7월부터 상대 회사의 가격 정보를 확인할 담당자를 지정해두고 공급가격을 교환·결정했다. 검찰은 지난 3월 미국·이란 전쟁 발발 직후에도 두 회사가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맞췄고,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이를 추종하면서 국내 유가 급등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특히 검찰은 전쟁이 발발한 당시 정유사들은 이미 상당량의 원유를 비축했기 때문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은 아니었음에도 폭리를 취하기 위해 가격을 담합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검찰이 확보한 정유사 직원들의 내부 메시지에는 "오늘 가격 100원 더 올린다. 우리 올해 2조 벌 듯" "역시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트럼프 만세" 등의 표현도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GS칼텍스와 에쓰오일에 대해서는 직접 가격을 협의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검찰은 4대 정유사가 2021년부터 자영주유소에 전량구매 계약을 맺게 하고 공급가격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혐의를 적용해 법인 4곳을 모두 기소했다. 특정 정유사 제품만 사도록 한 뒤 계약을 어긴 주유소에는 보너스카드 중단, 매출액의 10~30%에 이르는 손해배상 청구 등 불이익을 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같은 구조가 정유사에는 경쟁 없는 유통망을, 주유소에는 더 싼 제품을 찾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었다고 봤다.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 관계자들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전 전산자료와 메신저 대화를 삭제한 행위에 대해서도 증거인멸 등의 혐으로 기소했다.
검찰은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로 정유사들이 손실을 봤다는 업계 주장도 반박했다.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내부 자료상 정유사들이 제도 시행 뒤에도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자체 분석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3월 유가 급등에 대응해 최고가격제를 처음 발동했고, 향후 손실 보상 규모를 둘러싼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비축 원유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현재 판매가격은 앞으로 들여올 원유가격을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다. 저가 비축분을 기준으로 판매하면 고가 원유를 새로 사들일 운전자금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품 품질 차이가 크지 않은 시장 특성상 경쟁사 가격 변동에 고객 이탈이 즉각 발생해 가격이 비슷해지는 '시장 동조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도 주장한다. 특히 점유율이 낮은 업체가 시장 전체 가격 인상을 주도했다는 검찰 판단에는 의문을 제기한다.
주유소 '갑질' 의혹과 관련해서도 전량구매 계약은 브랜드 주유소에 대한 안정적 공급, 품질관리, 시설·판촉 지원을 위한 통상적 거래 구조라고 반박했다.
사후정산제 역시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을 반영하는 월별 정산 방식일 뿐 주유소에 불리한 가격을 강요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환율, 세금·물류비, 국내 수급과 경쟁 상황을 종합해 공급가격을 결정한다"며 "수사기관이 유류제품 거래와 주유소 운영 구조를 더 정확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소 기자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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