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Z세대의 취업난은 단순한 경기 부진이나 인공지능(AI) 충격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라는 분석이 나왔다. 노동자들이 더 나은 일자리로 옮겨 임금을 끌어올리던 사다리가 40년간 약해지면서 청년층의 구직 좌절이 커졌기 때문이다.
22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NYT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제시카 그로스는 미국 Z세대가 체감하는 취업난의 배경으로 '장기간 훼손된 노동시장 구조'를 짚었다. 그는 지난 3월 NYT 오피니언이 10대와 20대의 화이트칼라 구직자 12명과 진행한 대화를 소개하며, 이들이 현재 일자리 시장을 “끔찍하다”, “거칠다”, “엉망이다”라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 일하는 흑인 민주당 성향의 구직자 미켈라는 지난 6개월간 최소 30곳에 지원한 뒤에도 시장이 “메말랐다”고 했고, “사막 같다. 거기 나가 있을 수는 있지만 수분을 공급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로스는 지난해 11월에도 다른 Z세대로부터 구직 과정이 “디스토피아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썼다. 어렵게 일자리를 구한 20대들조차 수십 년 전 같은 연령대보다 정신적 절망감이 더 크다고 했다. 올해 졸업 예정자들의 취업시장이 최근 수 년 사이에 가장 암울하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이는 사무직 채용에 대한 AI의 영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그는 지적했다. 경제 상황만의 문제도 아니며, 대안으로 거론되는 기술직 역시 비대졸 노동자들의 고용 지표가 밝지 않고 일부는 아예 구직을 중단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 배경으로는 40년간 이어진 ‘직업 사다리’의 약화가 제시된다. 미국경제연구소(NBER) 보고서에 따르면 1982년부터 2023년까지 현재인구조사(CPS) 자료를 분석해 미국의 임금 상승세가 왜 약해졌는지를 추적했다. 이들은 현재 고용된 노동자가 더 나은 보수를 주는 외부 일자리 제안을 받을 가능성이 1980년대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추정했다. 큰 폭의 임금 인상은 대개 다른 회사로 옮길 때 발생하는 만큼, 이런 변화는 임금 정체와 직접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궁극적 문제는 고용된 노동자들이 점점 저임금 일자리에 묶여 있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두고 “직업 사다리가 완전히 붕괴했다”고 표현했다. 불안정한 경제 환경에서 기존 직장을 떠나기 더 어려워진 점도 이런 정체를 심화시키는 배경으로 제시됐다.
연구진은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고용주의 집중도 상승이다. 기업 집중이 높아질수록 노동자가 더 나은 조건을 찾아 회사를 옮겨 다닐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진다는 것이다. 미디어 산업이 대표 사례다. 과거에는 지역 신문과 TV, 라디오 방송국이 촘촘하게 있었지만, 지금은 상당수가 문을 닫거나 소수 대기업 산하로 편입됐다.
두 번째 문제는 경업금지 약정의 확산이다. 이는 노동자가 일정 기간, 특정 지역 내 경쟁사로 이직하지 못하게 막는 계약이다. 연구진은 "1980년대 들어 법원이 사용자 측 손을 들어주기 시작하면서 이런 조항의 집행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24년 경업금지 약정을 금지하는 규정을 내놨지만, 재계 단체들이 소송을 제기했고 같은 해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2023년 미국 정부회계감사원(GAO)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노동자의 38%가 한 시점에 경업금지 약정의 적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제한은 영업비밀을 다룰 수 있는 고위 임원에게만 적용된 것이 아니었다. GAO에 경업금지 약정을 사용한다고 답한 고용주의 절반 이상은 시간제·파트타임 노동자 전원에게도 서명을 요구했다. 고용주들은 주된 이유로 다른 회사의 인력 스카우트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고, 노동자 상당수는 계약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서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2 weeks ago
11









!["아아 팔아 갖고는"…치킨·볶음밥까지 내놓은 커피전문점 '속사정' [트렌드+]](https://img.hankyung.com/photo/202604/01.43949627.1.jpg)






English (US) ·